IT용어 표준화가 꿈인‘테크니컬 라이터’정윤이

2001.09.03 18:01

정보기술(IT)혁명은 날이 갈수록 그 속도가 빨라지는데 일반인에게 ERP, CRM, VOIP, IPV6 등 과학기술용어는 생소하기만 하다. 쏟아지는 IT용어의 홍수속에서 개념을 정리하고 체계화하는 역할을 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테크니컬 라이터’(technical writer)다. 테크니컬 라이터는 1998년 미국 유에스뉴스앤드 월드리포트에서 선정한 21세기 유망직종 20선에 포함되기도 했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드물다.

국내에서 몇 안되는 테크니컬 라이터인 정윤이씨(25). 대용량 정보저장장치 기업인 한국EMC에서 지난 4월부터 일해온 윤이씨는 국내로 역취업한 해외파. 영어와 한글에 능통한 윤이씨야말로 테크니컬 라이터로서 적격이었다. 중학교때 아버지를 따라 필리핀으로 이민간 윤이씨는 그곳에서 중학교와 고등학교, 대학교를 마쳤다.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윤이씨는 대학 3학년 때부터 일을 시작했다. 당시 사익스라는 미국계 정보통신기업에서 고객지원업무를 담당, 올초 팀장으로 승진까지 했지만 한국에서 일하고픈 마음에 직장을 옮겼다.

“우리말을 영어로 번역하는 것은 쉬운데, 영어를 우리말로 번역하는 일은 만만치가 않네요. 문체나 어투 등 꼼꼼히 챙겨야 할 부분이 많아요. 제가 직접적으로 고객과 마주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작성한 문서를 기초로 업무가 진행되기 때문에 자잘한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써야지요. IT업계의 현황을 보여주는 잡지나 신문, 인터넷 뉴스레터 등을 영문, 국문으로 매일 보면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나홀로 서울살이’는 윤이씨에게 그리 쉽지 않다. 10여년만에 돌아온 고국은 오히려 그가 살아온 필리핀보다 낯설다. 그래서인지 스포츠를 좋아한다는 그는 남는 시간을 모두 운동에 쏟아붓고 있다고 했다. 검도부터 인라인스케이트, 축구까지 즐기는 그는 스포츠야말로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혼자 사는 데서 오는 외로움을 보듬어 준다고 했다. 필리핀에서 5년간 축구를 배우며 최종수비선수로 활동하며 교민들이 주는 공로상도 받았다.

“필리핀에서는 스포츠에 남녀구분이 없는데, 아직 한국은 ‘여자가 웬 축구’냐는 눈길로 보는 분들이 많아요. 축구는 몸싸움이라기보다는 끊임없이 머리를 써야 하는 운동이지요. 상대방을 배려하며 예의를 중시하는 축구나 검도야말로 세상살이에 많은 보탬이 되지요”

IT업계에서 쓰는 용어를 정리해 표준화하고 싶다는 윤이씨. 다음주에 치러질 사외축구대회에 남자사원들 틈에서 오랜만에 신나게 ‘한 게임’할 계획이라며 들떠 있는 그를 보면서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라는 오래된 경구가 떠올랐다.

/윤민용기자 artemix@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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