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타일뮤직 - 인디속 인디 ‘우리를 따라오라’

2008.12.17 14:48
글 김학선 | 웹진 보다 편집장·진행 박준흠 | 가슴네트워크 대표

마스터플랜에 이은 힙합 전문 레이블

랍티미스트

랍티미스트

타일뮤직은 2005년 설립 이후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단숨에 음악마니아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벨 앤 세바스찬의 싱글 모음집을 시작으로 가리온의 싱글들을 잇달아 내며 음악적으로나 대중적으로 호평을 얻어냈다. 한편으로 윤키, 고트 앤 몽키 등 인디 속의 인디라 할 수 있는 아티스트들의 앨범을 발매하며 인디 신의 범위를 넓히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다른 인디 레이블에서도 쉽게 접할 수 없는 다양한 장르의 음반 목록은 타일뮤직을 설명할 수 있는 가장 큰 특징이다. 단순히 판매량 같은 바로 앞의 결과만을 따지지 않고 보다 멀리 내다보고자 하는 타일뮤직만의 우직함이 돋보인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우직함과는 달리 타일뮤직은 가장 트렌드에 민감하고 유행을 선도하는 레이블이기도 하다. 힙합 전문 레이블을 제외하고 타일뮤직은 힙합, 어반 뮤직 등 당대의 트렌디한 음악을 가장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던 레이블이었다. 또한 이제는 힙합 신에서 어느 정도 익숙해진 ‘리믹스 컴피티션(대회)’ 행사를 개최해 각자 자신의 방에서 연습에 몰두하고 있던 수많은 뮤지션 지망생들을 수면 위로 등장시키기도 했다.

가리온 싱글의 성공을 발판으로 타일 뮤직은 윤키, 펑카프릭 부스터, 프라이머리 스쿨 등의 앨범을 제작하며 인디 신에서 가장 감각적이고 스타일리시한 레이블로서의 인식을 점차 넓혀갔다. 2007년 2월 발매한 랍티미스트의 앨범을 마지막으로 꽤 긴 휴지기에 들어갔던 타일뮤직은 올해 한대수 트리뷰트 앨범 ‘물 좀 주소’를 제작하며 다시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현재 타일뮤직은 음반 레이블로서의 특성은 계속 살리면서도 영상, 출판, 뮤지컬 등 다채로운 문화 영역으로의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단순한 사업 확장이 아닌 각 문화영역의 교류를 꾀하며 파이를 넓히고자 하는 것이다. 이 계획의 결과가 어떤 식으로 나올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지만, 분명 존중받아야 할 가치 있는 시도인 것만은 분명하다. 타일뮤직의 전수영 대표(사진)는 “음악과 다른 문화 산업이 함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요즘 타일 뮤직의 활동이 예전에 비해 많이 뜸해졌다.

[한국의 인디레이블](29) 타일뮤직 - 인디속 인디 ‘우리를 따라오라’

“회사를 2005년에 설립하고 처음에 굉장히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해왔다. 그러다가 2007년 2월에 랍티미스트의 앨범을 낸 이후 올해 ‘물 좀 주소’ 앨범을 낼 때까지 활동을 한 게 거의 없는데, 그동안은 음반 사업보다는 뮤지컬 제작이나 공연 등 다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다. 지금 음반 쪽은 거의 재정비를 마쳤고 가리온과 ‘물 좀 주소’ 앨범에 참여한 판다풀의 EP를 준비하고 있다. 또 서영도씨나 강허달림씨의 블루스 앨범도 얘기를 하고 있는 중이니 곧 다시 예전과 같은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 레이블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일단은 좋아서 시작한 것이다. 좋아서 한 거긴 한데, 어떤 시스템 같은 것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레이블을 하기 전에 출판 일도 하고 영화 쪽 일도 하고 여러 가지 일을 했었는데, 작가들과 산업이 연결되는 어떤 지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음반 사업을 하면서 음원 같은 것들을 다른 산업 쪽과 연결해주고 싶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음악을 직접 만드는 프로듀서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초반부터 프로듀서들 위주로 계약을 했다.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아닌 일반 레이블 수준의 규모였지만 거기에서도 다른 모델들을 제시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었다. 출판이나 뮤지컬 등 다른 산업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을 바랐다.”

-가리온의 <무투> 싱글이 타일뮤직에서 낸 국내 첫 음반으로 알고 있는데, 이 싱글이 음악적으로뿐만 아니라 상업적으로도 성공을 거두었다고 들었다.

윤키

윤키

“상업적인 성공보다 주목할 만한 부분들이 몇가지 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까지 한국에선 싱글이나 EP 이런 것들에 대한 개념이 확실하지 않았기 때문에 싱글을 내고 그 싱글 안에서 여러 시도들을 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 원곡뿐 아니라 비트와 아카펠라를 함께 싱글에 수록하고 또 아카펠라를 가지고 리믹스 대회를 열기도 했는데 그런 시도들을 통해서 블랙 뮤직 신을 좀더 다이내믹하게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지금 인디 신 안에서 음악을 듣는 사람들의 수는 어차피 정해져 있는 건데 그 한정된 수의 사람들에게 CD를 팔아봐야 크게 터지진 못할 것이다. 그게 싫으면 다시 메이저 시스템으로 가야 하는데 그건 우리가 할 수 없는 거고, 그래서 좀더 재미있게 가보자 하는 생각으로 이런저런 시도들을 많이 한 거다. 그게 우리에게는 분명 의미가 있었고, 사람들도 좋게 받아들여서 서로에게 좋게 작용을 한 것 같다.”

-타일뮤직에서 아티스트를 선택하는 기준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아까도 얘기했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은 프로듀싱 능력이 있는지 여부였다. 그게 아니라면 정말로 특별한 색깔이 있거나 우리가 가진 자원들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 뮤지션들을 선택했다.”

-타일뮤직의 가장 큰 특징은 다른 레이블들에서 다루지 않는 인디 신에서도 마이너한 장르의 음악들을 선택하고 제작했다는 것이다. 고트 앤 몽키나 윤키 같은 앨범은 안 팔릴 게 뻔한 음반들이었다. 상업적인 부담이 없나.

프라이머리스쿨

프라이머리스쿨

“왜 없었겠나?(웃음) 지나고 나서 신에 대한 책임감이나 이런 말로 포장할 수도 있는 거지만 사실 그렇지는 않다. 우리가 냈던 하나하나의 앨범들이 다 소중한 프로젝트들이고 거기에서 적자를 면하고 모두 수익을 낼 수 있다면 물론 좋은 일이겠지만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생길 수 있는 무형의 수익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음악들까지 수용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줌으로써 우리의 이미지를 만들 수 있고 우리가 원하는 사람들을 끌어 모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제 음악 시장은 음반과 온라인 음원으로 시장이 나누어졌는데 타일뮤직은 현재 양쪽 시장의 비중이 어떻게 되나.

가리온

가리온

“처음엔 음반 쪽이 더 강하긴 했는데 이후에 온라인 음원 쪽을 정비해서 현재 균형을 맞춰가고 있다. 처음엔 우리가 온라인 쪽에 아는 게 별로 없었는데 좀 여러가지 살펴보고 이후에 정보도 얻고 하다 보니 예전에 비해서 확실히 수익이 늘어나고 있다. 아까 얘기한 리믹스 대회 같은 마니악한 재미를 줄 수 있는 시도들이 결국엔 온라인 사업의 수익이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온라인 시스템을 조금씩 알아갈수록 그런 기회들이 더 많이 생기는 것 같다.”

-앞으로 어떤 레이블을 만들고 싶은가.

“레이블로서 특화돼 있는 타일 뮤직은 계속 유지를 하겠지만 타일이란 회사 자체는 영화나 영상 등 종합적인 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기획사 성격이 될 것이다. 광고나 영화 작업을 할 때 우리 레이블에 속해있는 뮤지션들이 참여를 하고 기회가 된다면 출판이나 이런 기획에도 음악과 함께 연결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려고 한다. 재능있는 사람들이 다양한 방면에서 모여 있으면 재미있는 일들이 생겨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그건 단지 음악 신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문화 흐름에도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타일뮤직 국내 아티스트

가리온

[한국의 인디레이블](29) 타일뮤직 - 인디속 인디 ‘우리를 따라오라’

[무투] (2005) 1집 앨범 발표와 함께 메인 프로듀서였던 JU가 팀을 떠난 후 낸 싱글이다. 비평계 쪽에서도 큰 찬사를 받았고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음반 안에 아카펠라와 인스트라멘틀을 담아 리믹스 대회를 열기도 했다.

[그날 이후] (2005) 첫 싱글의 성공 이후 발표한 두 번째 싱글. 소울 밴드 파워 플라워와 함께 노래하는 등 [무투]만큼이나 다양한 사운드들을 담았다.

고트 앤 몽키(Goat And Monkey)

[Mommy I Concrete With My Dad] (2006) 한국에서 존재 자체가 희귀한 IDM(Intelligent Dance Music) 뮤지션이다. IDM뿐 아니라 앰비언트 테크노, 드릴 앤 베이스 등의 장르를 들려주고 있다. 음악 외에 앨범 아트워크와 영상 작업까지 혼자 해냈다.

윤키(Yoonkee)

[한국의 인디레이블](29) 타일뮤직 - 인디속 인디 ‘우리를 따라오라’

[I Worry, Too] (2006) 곤충스님 윤키, 곤충소년 윤키 등의 이름을 사용하다가 이 앨범에서부터 윤키란 이름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힙합, 레게, 덥 등 다양한 사운드를 담고 있다.

프라이머리 스쿨(Primary Skool)

[Step Under The Metro] (2006) 힙합 프로듀서이자 기타리스트 프라이머리를 주축으로 결성된 프로젝트 밴드이다. 다양한 래퍼들이 참여했으며, 프라이머리를 앨범에서 감각적인 기타 연주를 들려준다.

펑카프릭 부스터(Funkafric Booster)

[한국의 인디레이블](29) 타일뮤직 - 인디속 인디 ‘우리를 따라오라’

[One] (2006) 아소토 유니온 출신의 임지훈이 주축이 되어 만든 솔/펑크 밴드이다. 모든 녹음을 원테이크 방식으로 담았으며 솔, 펑크, 블루스, 재즈 등 다양한 블랙 뮤직 사운드가 담겨있다.

준키(Junki)

[한국의 인디레이블](29) 타일뮤직 - 인디속 인디 ‘우리를 따라오라’

Mr. Hong (2006/Tyle Music)

최윤성

최윤성 (2006)

랍티미스트(Loptimist)

[22channels] (2007) ‘뉴욕에 도전한다’는 홍보문구만큼이나 강력한 사운드를 담고 있는 힙합 앨범이다. 국내의 다양한 래퍼들뿐만 아니라 해외 힙합 신의 실력파 아티스트들도 참여했다.

V.A.

[물 좀 주소] (2008) 타일뮤직이 1년여 만에 제작한 한대수 트리뷰트 앨범이다. 아마추어증폭기, 갤럭스 익스프레스,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판다풀 등 타일뮤직의 특성에 잘 맞는 독창적이고 개성 있는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