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궁 ‘일제 벙커’ 어쩌나

2009.04.21 01:56

‘전시관 정비’ 수년째 구상뿐…서울시·문화재청 돈 타령 뒷짐

일제강점기 때 경희궁 안에 만들어진 방공호가 수십년째 흉물스럽게 방치되고 있다. 서울시는 2004년 교육현장으로 보존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용역결과에도 불구, 예산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5년째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일제가 경희궁을 훼손하면서 만든 방공호가 관계 당국의 무대책 등으로 20일 흉물스러운 모습으로 방치돼 있다.  <강윤중기자>

일제가 경희궁을 훼손하면서 만든 방공호가 관계 당국의 무대책 등으로 20일 흉물스러운 모습으로 방치돼 있다. <강윤중기자>

20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방공호가 위치한 곳은 서울역사박물관 주차장 뒤편. 녹슨 철문으로 만들어진 방공호 출입구는 언제 무너질지 모를 허름한 콘크리트 담벼락 한쪽에 자리하고 있다. 입구에 내걸린 ‘대피소’라는 푯말만이 이곳이 방공호임을 알려줄 뿐, 시설이 낡아 실제 사용되기는 힘든 형편이다.

역사학계에서는 일제가 1944년쯤 전시에 폭격을 대비하고 군사작전을 짜기 위해 방공호를 만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서울시는 2003년 명지대학교에 경희궁 방공호와 관련한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연구용역팀은 2004년 경희궁 방공호를 역사교육의 현장으로 보존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냈다. 서울시는 이후 방공호 안에 경희궁의 역사를 보여줄 수 있는 전시관 등을 만들기로 하고 문화재청과 협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두 기관 모두 수십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예산을 확보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사업을 포기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다시 전시관을 검토했으나, 현장조사를 했던 서울역사박물관 측에서 사업효과가 적다는 의견을 내면서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서울시 문화국 박영주 학예사는 “방공호만이라도 전시관으로 정비해 보려고 했으나 노후화가 심해 보수가 필요하다”면서 “전시관 조성에 수십억원이 드는데 비용 대비 효과가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문화연대 황평우 위원장은 “경희궁은 일제가 민족정기를 말살하기 위해 궁궐을 훼손한 대표적 사례로 ‘일제침략사 전시관’ 등으로 꾸며 문화재가 어떻게 훼손됐는지를 전시할 필요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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