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노동 여성에게 더 치명적

2011.07.14 22:28

유산·불임·수면장애 시달려… 에너지 위기도 가속화

화학제품 공장에서 일하는 ㄱ씨는 아침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또 저녁 8시부터 다음날 아침 8시까지 이어지는 주야 2교대제 근무를 한다. 야간 근무를 한 다음날은 낮에 잠을 자려고 해도 1~2시간 단위로 잠들었다가 깨어나기를 반복한다.

민주노총 화학섬유연맹이 지난 6월 43개 사업장을 조사한 결과 33개 사업장에서 교대 근무를 실시하고 있으며, 2교대 사업장 노동자 가운데 80%가 ㄱ씨처럼 수면부족과 장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뇌심혈관계질환을 앓는 노동자도 매년 늘고 있으며 석유화학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가운데 갑상선 질환(암)을 앓고 있는 사람도 다수 발견됐다.

민주노총은 14일 ‘노동자 건강권과 에너지 전환의 관점에서 본 심야노동의 폐해’에 대해 토론회를 벌였다. 민주노총 산하 사업장 가운데 금속·화학산업 등 제조업, 공공운수업, 병원산업, 민간서비스업 등 상당수 업종에서 심야노동이 이뤄지고 있었다. 또 교대제를 통해 심야노동을 하는 노동자들 상당수가 수면장애, 우울증과 같은 정신 질환, 위장 질환, 뇌심혈관계 질환 등 다양한 질병에 시달리고 있었다.

보건의료노조가 지난 3월 1만9363명의 병원 노동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7.2%에 이르는 노동자들이 교대 근무를 통해 야간 근무를 하고 있었으며 남성 노동자의 74.9%, 여성 노동자 82.2%가 수면장애 증상을 호소했다.

심야노동이 여성에게 끼치는 영향은 더욱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대제로 근무하는 여성 노동자들은 높은 유산율, 저체중 출산, 불임 등의 문제에 시달리고 있었다. 또한 야간에 빛에 노출되는 심야 근무를 장기간 지속할 경우 에스트로겐 등 호르몬 생체주기가 깨져 유방암이 발병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국제암센터는 2007년 교대 근무를 발암의 원인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심야노동으로 인한 전력 소비가 국가 에너지 위기를 가속화하고 환경보호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은 “한국의 전력 소비는 제조업이 48%로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고 대형 영업상가 등 서비스 부문도 30.5%에 달한다”며 “심야노동이 주로 행해지는 제조업과 상가 등 서비스 부문의 전력 소비량 증가세가 가파르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제조업의 전력사용량은 심야시간대(오후 11시~다음날 오전 9시)가 48%로 주간 34%에 비해 사용량이 많으며 저렴한 심야시간대 전력요금이 심야시간 작업을 부추기고 있다”며 “심야시간대 전력은 대부분 원자력과 석탄 화력으로 충당돼 환경보호에 역행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