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잡지 맥심···‘여성납치’ 콘셉트 화보 논란

2015.08.30 14:24 입력 2015.08.31 09:42 수정

사진 속 검은 승용차 트렁크 밖으로 여성의 다리가 삐죽 나와 있다. 두 발목엔 청테이프가 감겨있다. 그 옆엔 인상을 잔뜩 쓴 악역배우 김병옥씨가 트렁크에 손을 얹은 채 담배를 피우며 서있다. 한 눈에 여성 납치나 살해를 연상할 수 있는 장면이다.

맥심코리아 9월호 표지 /맥심 홈페이지

맥심코리아 9월호 표지 /맥심 홈페이지

이는 남성잡지 맥심코리아(이하 맥심)의 9월호 표지다. 표지 문구 “진짜 나쁜 남자는 바로 이런 거다. 좋아 죽겠지?”를 통해 알 수 있듯, 여성이 좋아한다는 소위 ‘나쁜 남자’ 이미지를 차용했다. 표지 뿐만이 아니다. 잡지 속 화보에도 김병옥씨가 여자 시체가 담긴 트렁크를 열거나 검은 비닐을 끌고 가는 장면이 담겨 있다. 김씨가 트렁크 속 시체에 손을 뻗치는 장면엔 “선생님, 오늘 촬영은 강간범이 아니라 살인범 콘셉트입니다만”이라는 설명도 곁들여져 있다.

소개글에서 맥심은 “나쁜 남자의 바이블을 표방하는 맥심에서,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독특한 스타일의 ‘진짜 악’, ‘진짜 나쁜 화보’를 그리고 싶었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미국 맥심 본사에 맥심코리아 9월호 표지에 대한 비판을 전달하려는 온라인 서명 /캡쳐

미국 맥심 본사에 맥심코리아 9월호 표지에 대한 비판을 전달하려는 온라인 서명 /캡쳐

그러나 여성을 상대로한 납치, 살해, 시체유기 등의 범죄를 ‘섹시한 남성의 행위’로 묘사한 화보를 두고 비판이 일고 있다. 한국 여성의 전화는 지난 25일 성명을 내고 “여성에 대한 범죄상황을 콘셉트로 잡고 가해자를 카리스마 있는, 일종의 ‘정상에 선 남성’으로 이미지화한 화보는 그 자체로 폭력”이라며 “폭력행위에 ‘나쁜 남자’ 판타지를 연결짓는 것은 폭력성과 범죄를 미화하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온라인에선 한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미국 뉴욕 맥심 본사에 항의하는 청원도 진행 중이다. 1만명을 목표로 하는 서명에 30일 현재 7780명이 동참했다.

한 네티즌이 지난 26일 온라인 커뮤니티 ‘메갈리안’에 게시한 맥심코리아 9월호 표지의 패러디작품. 납치, 살인 등의 범죄를 성적인 장면으로 미화한 점을 비판하는 의미다.

한 네티즌이 지난 26일 온라인 커뮤니티 ‘메갈리안’에 게시한 맥심코리아 9월호 표지의 패러디작품. 납치, 살인 등의 범죄를 성적인 장면으로 미화한 점을 비판하는 의미다.

이러한 비판에도 맥심은 9월호 화보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21일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에서 맥심은 “살인, 사체유기의 흉악범죄를 느와르 영화적으로 연출한 것은 맞으나 성범죄적 요소는 어디에도 없다”며 “성범죄를 성적 판타지로 미화한 바 없다”고 밝혔다. 29일 페이스북 ‘맥심에디터’ 계정은 “미화할 거였으면 소지섭을 썼겠지”란 글을 올렸다 논란이 일자 삭제했다.

2007년 집단강간을 미화한다는 비판을 받은 돌체앤가바나 화보 /외신캡쳐

2007년 집단강간을 미화한다는 비판을 받은 돌체앤가바나 화보 /외신캡쳐

해외 패션 브랜드들은 이와 유사한 논란에 어떻게 대응했을까. 2007년 돌체앤가바나는 여러 명의 남성이 바닥에 누운 한 여성을 둘러싸고 있는 화보가 집단강간을 미화시킨다는 비판에 처하자 광고를 중단했다. 2010년 캘빈클라인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엔 2012년 인도 델리에서 일어난 버스 집단 성폭행 사건을 연상시키는 화보가 논란을 일으켜, 사진작가 라지 셰티에가 “인도에선 어떤 여성이든 성범죄를 당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해명했지만 결국 화보를 홈페이지에서 철회했다.

[관련기사] 인도 2년 전 ‘버스 집단 성폭행’ 연상 사진 구설

지난해 버스 집단강간 사건을 연상시켜 논란이 된 사진작가 라지 셰티에의 화보 /외신캡쳐

지난해 버스 집단강간 사건을 연상시켜 논란이 된 사진작가 라지 셰티에의 화보 /외신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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