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마니” 표현한 진중권 상대 김용민의 소송, 민변 변호사들의 생각은?

2020.10.13 16:28 입력 2020.10.14 10:16 수정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명예가 훼손됐다며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를 상대로 제기한 1000만원 손해배상 소송은 ‘출신’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김 의원이 그간 공직자를 향한 폭 넓은 표현의 자유를 주장해 온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이었다는 점에서다. 경향신문이 통화한 민변 소속 30대~60대 변호사 7명 중 5명은 소송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연합뉴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연합뉴스

■‘똘마니’ 표현 얼마나 부적절한가?

진 전 교수는 지난 7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김 의원으로부터 민사소송 고소장을 받았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소장에서 지난 6월22일 진 전 교수가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고 모욕감을 느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진 전 교수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비판한 김 의원을 가리켜 “누가 조국 똘마니 아니랄까 봐”라며 “아무래도 라임사태가 심상치 않은 모양으로 연결고리가 체포되니, 일제히 발악을 하듯이 과잉반응을 한다”고 적었다. 김 의원이 소를 취하하지 않으면 ‘똘마니’란 표현 등이 모욕이나 인신공격으로 인정될지는 법정에서 가려진다.

전화 취재에 응한 민변 변호사의 다수는 ‘똘마니’의 민사적 불법성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본다. A변호사는 “‘똘마니’란 표현이 객관적 사실인지 의견인지, 왜 그렇게 불렀는지에 대한 전제사실이 공개됐는지 등에 따라 법적 판단이 갈릴 수 있다”며 “똘마니는 객관적 사실이나 악의적 표현이라고 보기 어려워 면책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B변호사는 “승소 가능성보다는 소송 제기 자체로 친정부 지지자들에게서 얻는 정치적 이득을 고려한 계산으로 보인다”고 했다.

반면 C변호사는 “민변 안에서도 폭 넓은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는 쪽과 아닌 쪽이 있다”며 “쥐박이·똘마니 이런 표현을 하지 않는 것이 성숙한 민주주의라고 보는 입장에서는 법원 판단은 받아볼 만 하다고 본다”고 했다. 김지미 민변 사법센터 검경소위 위원장은 “‘똘마니’란 표현만 보면 ‘MB=쥐박이’란 표현처럼 문제 삼긴 어려워 보이지만 김 의원이 라임과 관련 있다는 뉘앙스의 문장이 있어서 문제”라며 “민사소송 제기는 가능하다”고 했다.

■공직자의 일반인 상대 명예훼손 ‘민사소송’ 괜찮다?

이번 소송에 비판적인 민변 변호사들은 김 의원의 공직자 신분을 강조한다. D변호사는 “소송 자체가 적절치 않다. 불쾌하고 힘든 부분을 감내하는 게 국회의원의 일 중 하나”라고 했다. 진 전 교수가 여론을 좌우하는 ‘강력한 스피커’이기에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론이 있었다. E변호사는 “민주주의는 공론장에서 대화로 해결하는 게 원칙”이라며 “국회의원은 독립 입법기관인데 사법부로 가서 자기주장을 펼치는 것은 전형적 사법국가화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그는 같은 당 이재정 의원 등이 ‘형사가 아닌 민사는 괜찮다’고 말한 데 대해 “목적 자체가 부당한데 수단을 민사로 바꾸면 괜찮다는 건 문제가 많다”며 “함께 일했던 민변 입장에서 이런 주장은 불쾌하다”고 했다. 반면, 진 전 교수의 발언에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F변호사는 “표현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인정하는 미국도 악의적이고 비열한 공격인 경우 큰 손해배상 액수를 청구하고 법원에서 인정된다”고 했다. 김지미 변호사도 “진 전 교수의 발언이 실시간 보도된다는 면에서 공인인 김 의원보다 진 전 교수가 더 스피커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 연합뉴스

■민변은 명예훼손 소송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민변은 4년마다 국회에 제출하는 개혁입법 과제 등을 통해 사실 적시 명예훼손 형벌화의 위헌성을 주장했다. 단,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형벌화에 대해선 폐지 주장을 펼치지 않았다. B변호사는 “민사소송에 드는 변호사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밑바닥 현실 등을 감안해 절충안으로 사실적시 명예훼손 비범죄화까지만 주장했다”고 했다. 김 의원이 진 전 교수를 상대로 제기한 것과 같은 명예훼손·모욕 등에 대한 민사소송에 대해서도 찬반 의견이 모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제라도 진중권이 진심으로 사과한다면 소를 취하할 의향도 있다”고 했다. 또 “저는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위해 많이 싸워왔다”면서 “모욕죄로 고소할 수도 있을 사안을 민사소송을 통해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와 제 인격권이 침해된 것은 양립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후 진 전 교수가 비판을 이어가자 8일 김 의원은 “무기가 되어버린 말의 대가를 잘 치르시기 바란다”고 했다.

이날 국가인권위원회는 한 시민단체가 김 의원에 대해 소송 중단 권고 등을 촉구하는 내용으로 낸 진정 사건에 조사관을 배정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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