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타 정수기 '어택', 시민들이 기업을 바꿨다

2021.01.07 15:48

‘알맹상점’ 네이버 블로그 캡처

‘알맹상점’ 네이버 블로그 캡처

정수기 업체 브리타코리아가 2021년에 ‘플라스틱 폐필터 수거·재활용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로 했다. 소비자들이 지난해 8월부터 온라인 서명운동을 벌이고 다 쓴 필터를 모아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관련기사 : “한국에선 왜 재활용 안 해요?” 정수기를 '어택'하고 '해킹'하는 사람들

십년후연구소, 알맹상점 등 27개 단체·제로 웨이스트 상점이 모인 ‘브리타 필터 재활용 캠페인에 함께하는 사람들’(브함사)은 브리타코리아로부터 받은 답변을 지난 6일 공개했다.

브리타코리아는 공식 입장문에서 “2021년 중으로 사용한 필터를 회수해 플라스틱은 재활용하고 나머지 충전재는 환경에 유해하지 않게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글로벌 재활용 컨설팅 전문 기업과 방법을 논의하는 중”이라며 “프로그램 진행 준비가 끝나면 도입 시기, 수거 방식, 처리 과정, 재활용 업체 등의 정보를 브리타 홈페이지와 SNS, 판매 채널을 통해 공유할 예정”이라고 했다.

소비자들은 브리타 정수기를 일회용 생수 페트병의 ‘대안’으로 찾았다. 브리타 물통에 정수필터를 넣고 수돗물을 부으면 필터 내부 활성탄·이온교환수지 알갱이가 불순물을 걸러준다. 브리타 측도 ‘친환경 스마트 셀프케어 정수기’라며 홍보해왔다. 그러나 브리타도 활성탄·이온교환수지의 성능이 떨어질 때쯤 플라스틱 필터를 교체해야 한다. 브리타 측이 안내한 교체 주기는 ‘4주’다.

독일·영국 등 해외에 있는 브리타는 1992년부터 필터 수거·재활용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하지만 브리타코리아는 ‘플라스틱으로 배출하면 재활용 업체에서 알아서 플라스틱으로 재활용할 것’이라며 직접 수거해 재활용하지 않았다.

십년후연구소에 배송된 브리타 폐필터들. 유튜브 미디어열매 ‘플라스틱 다이어트-기후위기를 막는 즐거운 행동’ 캡처

십년후연구소에 배송된 브리타 폐필터들. 유튜브 미디어열매 ‘플라스틱 다이어트-기후위기를 막는 즐거운 행동’ 캡처

전국에 있는 제로 웨이스트 상점에서 수거된 브리타 폐필터들. 인스타그램 캡처

전국에 있는 제로 웨이스트 상점에서 수거된 브리타 폐필터들. 인스타그램 캡처

송성희 십년후연구소 대표와 고금숙 알맹상점 공동대표는 지난해 8월7일부터 12월5일까지 ‘브리타 어택(항의·요구) 캠페인’을 진행했다. 총 1만3471명이 서명했다. 전국 각지에서 십년후연구소로 폐필터를 보냈다. 약 1500개의 폐필터가 모아졌다.

‘브함사’는 지난해 12월9일 브리타코리아 측에 온라인 서명 결과를 보냈다. 이들은 국내 폐필터 수거 프로그램을 도입할 것, 해외가 아니라 국내에서 재활용·재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것, 활성탄·이온교환수지 충전재를 리필해 재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필터를 만들 것 등을 요구했다.

‘브함사’는 필터 수거·재활용 프로그램 도입 소식에 “서명에 참여한 시민들께 감사하다. 함께 모여 하나씩 바꿔나가자. 지구는 일회용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송성희 십년후연구소 대표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며 “프로그램이 도입된다니 다행이지만, 브리타코리아 측이 구체적 계획을 밝힌 게 아니기 때문에 완전히 마음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저희가 요구한 세 가지 방향성이 최대한 반영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수거·재활용 프로그램이 구체적으로 시행되면 모아놓은 1500여개 폐필터를 브리타코리아에 보낼 것”이라고 했다.

▶관련기사 : [녹색세상] 브리타 어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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