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식이법 처벌 과하다” 아이들 탓하는 어른들

2021.06.03 20:37 입력 2021.06.03 22:21 수정

스쿨존서 일부러 뛰어드는

‘민식이법 놀이’ 성행 주장

실체도 없고 보행 약자 무시

“민식이법 처벌 과하다” 아이들 탓하는 어른들

지난해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교통 안전을 강화하는 ‘민식이법’ 도입 이후 스쿨존 교통사고가 감소하고 사망자 수도 줄었지만 반대 여론은 여전하다. 최근에는 아이들이 고의로 주행 중인 차량에 뛰어들거나 차량 꽁무니를 바짝 뒤쫓아 가는 ‘민식이법 놀이’가 유행한다는 소문을 등에 업고 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민식이법 놀이가 실제 아이들 사이에 만연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설사 그런 장난이 일부에서 이뤄진다 해도 도로 위의 약자인 보행자 보호 원칙을 무시한 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인터넷상에는 ‘민식이법 놀이가 어린이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와 함께 법 개정을 요구하는 글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터 시행된 민식이법은 2019년 9월 충남 아산시의 한 초등학교 앞 스쿨존에서 김민식군(당시 9세)이 교통사고로 숨진 사건을 계기로 마련된 개정 도로교통법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을 말한다. 스쿨존 교통사고로 어린이가 사망할 경우 운전자에게 무기징역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을 부과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일부 초등학교는 각 가정에 민식이법 놀이 방지 관련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서울의 한 학교는 지난 2일 “일부 학생들이 민식이법을 악용해 놀이에 이용하고 있는 등 사회적 우려가 있다”며 “학부모님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지난 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스쿨존 내 어린이 안전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본래 입법 취지와 다른 문제가 있다면 과감하게 뜯어고칠 필요가 있다”며 법 개정 필요성을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주장이 민식이법 흠집내기라고 비판했다. 교통사고 전문인 정경일 변호사는 “이 놀이가 실제 유행하는지 통계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예전에도 비슷하게 횡단보도를 뛰어다니는 어린이들은 많았다”며 “민식이법 도입 취지는 어린이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운전자 처벌을 강화한다는 것인데, 여기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만들어 낸 말 같다”고 말했다. 유튜브 등에는 민식이법 시행 이전 유사한 장난을 하는 어린이들의 영상이 여럿 올라와 있다.

실제 실형 사례도 적어
“어린이 잘못은 교육으로…
민식이법 자체 부정 안 돼”

민식이법이 운전자를 ‘과잉 처벌’한다는 오해도 여전하다. 이정우 경찰청 경찰인재개발원 교수요원의 지난 3월 ‘특가법 어린이보호구역 치사상에 관한 판결 분석과 교통조사 실무 대응’ 논문에 따르면 민식이법이 적용된 판결 25건 중 징역형이 선고된 사례는 15건이고 실형은 1건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스쿨존에서 어린이를 상대로 사고를 내면 과실이 없어도 무조건 감옥행’이라는 허위정보가 유포되고 있다.

민식이법 시행 이후 교통사고는 감소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스쿨존 교통사고는 478건으로 2019년(567건)보다 15.7% 감소했다. 사망자 수 역시 2019년 6명에서 2020년 3명으로 줄었고, 주행차량 과속 비율은 2019년 26.9%에서 2020년 21.9%로 감소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등교수업이 줄어 스쿨존 사고가 줄어들었을 가능성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민식이법 시행의 효과도 있다고 봤다.

정 변호사는 “어린이의 잘못된 행동은 가정과 학교에서의 철저한 교육으로 방지해야 한다”며 “어린이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민식이법이 부정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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