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폭로자 “전쟁, 공개 토론 원했다”

2013.03.01 21:33 입력 2013.03.02 10:15 수정
유병선 선임기자

미군 매닝, 기밀유출 혐의 처음 인정… “이적행위 의도 없었다”

미국의 군사 및 외교 기밀문서를 비리폭로 전문사이트 ‘위키리크스’에 넘긴 혐의로 기소된 브래들리 매닝 미국 육군 일병(25·사진)이 혐의 일부를 처음으로 인정했다. 매닝은 지난달 28일 메릴랜드주 포트 미드 군사법정에서 열린 사전심리에서 22가지 기소 내용 가운데 기밀문서를 허가 없이 소지하고 의도적으로 전송한 행위 등 10가지 항목에 대해 유죄를 시인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위키리크스 폭로자 “전쟁, 공개 토론 원했다”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밀을 유출한 ‘내부고발자’ 매닝이 2010년 5월 체포된 이래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중대 범죄 피의자가 검찰 기소단계에서 혐의를 시인하는 대가로 형량을 낮춰주는 사전형량조정제도(플리바게닝)를 거치지 않고 사전심리 과정에서 유죄를 시인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미 정부 당국은 미군의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 보고서와 국무부 외교전문 25만여건 등을 위키리크스에 제공했다며 매닝을 간첩죄 등 22개 혐의로 기소했다. 매닝은 이날 1시간여에 걸쳐 낭독한 35쪽 분량의 진술서에서 기밀 공개 이유를 집중 해명했다. 매닝은 “우리는 (전쟁의) 목적과 임무를 망각한 채 명령에 따라 인간 목표물을 체포하고 죽이는 데 몰두했다”며 이런 행태를 폭로함으로써 미국의 군사·외교 정책 전반을 재고할 수 있는 ‘공개적인 토론’을 이끌어내려 했다고 변호했다.

‘부수적 살인’으로 알려진 헬기의 민간인 살상 동영상을 언급하며 매닝은 “조종사들이 피에 굶주린 것처럼 보였다”며 “마치 어린아이가 돋보기로 태워죽이려 개미를 괴롭히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외교전문 공개에 대해서도 매닝은 “미국을 위태롭게 할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다”며 “전문 내용은 더 공개된 외교의 필요성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매닝의 이날 진술의 요지는 미국이 과연 이러한 전쟁을 치러야만 하는가에 대해 진실을 대중과 공유하려던 것이었을 뿐, 적을 이롭게 하려는 이적행위의 의도는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유죄를 시인한 10개 혐의는 각각 최고 2년형을 받을 수 있어 매닝은 재판 결과에 따라 최대 20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 그러나 군 검찰은 나머지 12개 혐의에 대해 기소를 유지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오는 6월3일로 예정된 재판이 시작되면 이적행위 여부를 둘러싼 복잡하고 지루한 법정공방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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