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노’라고 할 수 있습니까” 트럼프 앞에 공무원 영혼 보여준 미국 법무장관

2017.02.01 14:45 입력 2017.02.03 12:31 수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맞서다 30일(현지시간) 해임된 샐리 예이츠 전 미국 법무차관. 위키미디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맞서다 30일(현지시간) 해임된 샐리 예이츠 전 미국 법무차관. 위키미디어

“대통령이 위법적인 일을 지시하면 법무장관이나 법무차관은 ‘노’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법무장관 또는 법무차관은 법과 헌법을 준수하며, 예속되지 않은 법적 자문을 대통령에게 해야할 의무가 있다고 믿습니다.”

2015년 3월 미국 미국 상원 법무차관 인준 청문회 당시 제프 세션스 공화당 상원의원(71)과 샐리 예이츠 법무차관 지명자(56)가 나눈 질의응답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학살’이 2년 전 이 문답을 다시 불러냈다. 법무차관으로 장관 대행 역할을 하던 예이츠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맞서다 지난 30일(현지시간) 해임된 반면, 예이츠에게 법무부 지도부의 책무를 강조하던 세션스는 트럼프 정부에서 법무장관 자리를 예약해 둔 상태다. 허핑턴포스트는 31일 “예이츠는 트럼프에 맞서 지난 청문회 때 다짐했던 말대로 했을 뿐”이라고 썼다.

2015년 미국 상원 법무차관 인준 청문회에서 제프 세션스 공화당 상원의원의 질의에 샐리 예이츠 지명자가 답하고 있다.

2년전 청문회 때 세션스와 공화당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이용해 자신의 정치적 어젠다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고 우려했다. 주된 이슈는 2014년 오바마가 서명한 이민개혁 행정명령이었다. 불법이민자 470만명의 추방 유예를 골자로 하는 이 행정명령은 결국 법원에서 기각됐다.

행정명령을 무기로 사용하기는 트럼프가 더하다. 취임 후 10여일 동안 그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멕시코쪽 국경 장벽 건설,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 관련 규제 완화, 이슬람 7개국 입국 금지 등 굵직한 사안들을 행정명령 서명으로 숨가쁘게 처리했다.

트럼프의 속도전에 야당인 민주당은 강력하게 반발한다. 세션스를 비롯한 트럼프 주요 장관 내정자에 대한 인준 투표를 거부하며 실력행사에 나섰다. 다이앤 파인스타인 민주당 상원의원은 “세션스 내정자가 인준을 받는다면 광범위하고 파괴적인 행정명령을 지지할 것이며, 위헌 소지가 다분한 행정명령을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2년 전 청문회 때 예이츠를 다그치던 세션스의 질의가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법무장관 인준 후 세션스가 트럼프를 상대로 과연 ‘노’라고 말 할 수 있을 지는 두고볼 일이다.

한편 워싱턴포스트와 USA투데이 등은 월요일에 이뤄져 ‘월요일 밤의 학살’이라고 불리고 있는 예이츠의 해임을 40여년전 워터게이트 사건 당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토요일 밤의 학살’에 비교했다. 1973년 10월20일 토요일 닉슨은 워터게이트 수사를 맡은 특별검사를 해임했다. 이에 반발해 닉슨이 임명한 엘리엇 리처드슨 법무장관이 사임했고, 윌리엄 란케르즈하우스 법무차관도 뒤따랐다. 사건 이후 닉슨은 완전히 민심을 잃었고, 이듬해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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