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세 도중 돌연 지난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비판했다. 한국영화 <기생충>에 작품상을 줬다는 게 그 이유였다.
미국 콜로라도주 콜로라도 스프링스의 브로드무어 월드 아레나에서 20일(현지시간) 유세를 진행 중이던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이 얼마나 엉망이었는지 봤느냐?”고 청중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어 “수상자는 한국에서 온 영화”라고 아카데미 시상자 흉내를 낸 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냐”고 했다.
그는 “한국과는 무역으로 이미 충분한 문제를 겪고 있는데, 거기다 작품상을 얹어줘? 잘한 일인가? 난 모르겠다”라고 했다. 이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같은 영화 없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되살리면 안 될까? <선셋 대로>는 어떤가. 좋은 (미국)영화가 얼마나 많은데…” 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영화가 외국영화상을 받은 줄 알았다”면서 “이런 적이 또 있었나”라고 되물었다. 국제장편영화상이면 몰라도 작품상을 다른나라 영화에 준 것이 못마땅하다는 것이다. 할리우드 영화인들은 주로 민주당 지지층이며, ‘미국인만을 위한 미국’을 주창해온 트럼프 대통령을 끊임없이 비판해 왔다.
미 민주당 전국위원회(DNC)는 트위터에 “<기생충>은 최상류층이 얼마나 노동계층의 절박한 몸부림에 무신경한지에 대한 외국영화이며, 2시간 동안 자막을 읽어야 한다. 물론 트럼프는 싫어하겠지”라고 올렸다. <기생충> 현지 배급사인 네온(Neon)도 트위터에 관련 영상을 링크하며 “알 만하다. 못 읽겠지”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연예매채 더 랩은 <기생충> 포스터에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을 합성한 이미지와 함께 '트럼프가 오스카 수상작인 ‘기생충'에 대해 설명할 수 없는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이들의 일침은 봉준호 감독의 ‘1인치 자막 장벽’ 발언과 연결된다. 봉준호 감독은 앞서 지난 1월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1인치 정도 되는 장벽을 뛰어넘으면 여러분들이 훨씬 더 놀라운 영화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영국 가디언과 미국 CNN 등 해외 언론은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원작 소설이 백인우월주의 단체 쿠클럭스클랜(KKK) 등을 미화하고, 노예제도를 정당화한다고 비판받은 점을 언급하며 트럼프의 유세 발언을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