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극좌 '안티파', 테러조직 지정"…흑인 사망 항의 시위에 '자극'으로 맞불

2020.06.01 07:16 입력 2020.06.01 09:33 수정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시민들이 31일 미니애폴리스에서 경찰관의 가혹행위로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고 경찰의 가혹행위를 규탄하는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필라델피아|AP연합뉴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시민들이 31일 미니애폴리스에서 경찰관의 가혹행위로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고 경찰의 가혹행위를 규탄하는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필라델피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경찰에 뒷목이 짓눌려 사망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전국적을 확산되는 것과 관련해 시위 주도 세력을 ‘극좌파’로 규정하며 테러리스트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 시장과 주지사들이 과걱 시위에 대해 온건 대처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주방위군을 투입한 강경 진압을 촉구했다. 일선 시장과 주지사들, 야당인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언사가 과격 시위를 되레 부추긴다면서 어조를 낮출 것을 촉구했지만 명백한 공권력 남용으로 인한 시민의 죽음으로 촉발된 시위조차 정쟁의 소재로 활용하며 강경 기조를 이어간 것이다. 미국에서는 휴일인 이날도 전국적으로 플로이드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엿새째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미국은 안티파를 테러 조직으로 지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과격 시위대를 향해 ‘폭도’ ‘약탈자’라고 비난해온 데 이어 이번에는 시위대가 극좌파라고 규정함으로써 이념 대결을 부추기는 듯한 메시지를 띄운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민간 유인 우주선 발사 축하 연설에서도 시위 사태와 관련해 “무고한 이들에게 테러를 가하는 안티파와 급진 좌파 집단이 폭력과 공공기물 파손을 주도하고 있다”면서 “정의는 성난 폭도의 손에 의해 결코 달성되지 않고, 나는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티파’는 ‘안티 파시스트’의 줄임말로 극우 파시스트에 반대하는 좌파 성향 또는 극좌파를 가리키는 말이다. CNN은 안티파는 좌파 또는 극좌파 성향을 가진 이들을 폭넓은 용어라면서 대체로 민주주주의적 정당 체제를 부정하는 집단이라고 전했다. 안티파의 개념이 너무 광범위해 단순하게 정의하긴 어렵지만 대체로 억압된 민중을 지지하고 기업과 엘리트에 의한 부의 축적에 저항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며 일부는 그들의 메시지를 확산시키기 위해 극단적인 무력 전술도 불사한다는 것이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 항위하는 시위 가운데 폭력적인 행위들이 “안티파에 의해 추동되고 있다”면서 “그들은 시애틀, 포틀랜드, 버클리에서 그렇게 했다. 이는 파괴적인 급진주의자 세력”이라고 말했다. 윌리엄 바 법무장관은 장관은 전날 발표한 성명에서 “많은 장소에서 폭력이 ‘안티파’ 같은 전략을 사용하는 무정부주의 집단과 좌파 극단주의 집단에 의해 계획되고 조직되고 추진되는 것처럼 보인다”면서 “이들의 다수는 폭력을 부추기기 위해 그 주 외부에서 온 사람들”이라고 밝혔다. 법무부는 미국 주요 도시에서 벌어진 폭력 시위가 안티파가 주도한 혐의가 있다면서 이를 조사하기 위한 ‘합동테러리즘태스크포스(TF)’를 가동시킨다고 밝혔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안티파를 테러리즘 조직으로 지정한다고 밝혔지만 단순히 이데올로기를 문제 삼아 정부가 수정헌법 제1조에 따라 보장된 언론의 자유에 따른 행동을 금지시키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가 그간 해외 조직을 테러리스트 조직으로 규정한 방식으로 순전히 미국 국내적인 조직을 테러리스트 조직으로 규정할 법적인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 시장과 주지사의 미온적인 대처를 하고 있다면서 주 방위군을 신속히 투입해 시위를 ‘제압’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트위터에 “주 방위군이 지난밤 미니애폴리스에 도착하자마자 즉각적으로 한 훌륭한 일에 대해 축하를 전한다”면서 “안티파가 이끄는 무정부주의자들이 신속하게 진압됐다. 첫날밤 시장에 의해 이뤄졌다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민주당 인사가 이끄는 시와 주들은 지난밤 미니애폴리스에서 이뤄진 급진좌파 무정부주의자들에 대한 완전한 진압을 살펴봐야 한다”면서 “주 방위군은 훌륭한 일을 했고, 이는 너무 늦기 전에 다른 주들에서도 사용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 탓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변변치 않은 주류 언론은 증오와 무정부주의를 조장하기 위해 그들의 권한 범위 내에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있다”면서 “모든 이가 그들이 하고 있는 것, 즉 그들은 가짜 뉴스이며 역겨운 어젠다를 가진 진짜로 나쁜 사람들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는 한 우리는 그들을 누르고 위대함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1967년 흑인 시위 강경 진압을 주도한 마이애미 경찰서장이 기자회견에서 했던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이 시작된다”고 올리고, 저지선을 뚫고 백악관으로 진입하려던 시위대에 대해 “그랬다면 사나운 개들과 불길한 무기와 맞닥뜨리게 되었을 것”이라고 올리는 등 연일 시위대를 자극하는 발언을 쏟아내자 자제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케이샤 랜드 보텀스 시장은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관해 “그가 말하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킨다”면서 “사람들이 그저 조용히 있어야 때가 있는데, 그가 제발 조용히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보텀스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침묵할 수 없는 상황에 관해 “만약 백악관에 훌륭한 감각과 훌륭한 양심을 가진 누군가가 있다면 그를 프롬프터(대사나 연설문을 보여주는 장치) 앞에 세우고 그가 그것을 읽게 하고 최소한 바른 것들을 말하도록 기도하라”라고 촉구했다.

수도 워싱턴의 뮤리엘 바우저 시장도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국가의 안정을 도울 책임이 있다”면서 “그는 과거 우리나라의 분열주의자들을 떠올리게 하는 분열적인 트윗을 보내지 않음으로써 그것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화당 소속 래리 호건 메릴랜드주 주지사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사태의 안정보다는 긴장 격화를 초래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대해 “그건 도움이 안된다. 온도를 낮추지 않는다”면서 “그건 백악관에서 나와야 하는 메시지와 정반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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