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의 여름’ 보낸 미국…“변화와 한계”

2020.09.07 15:13 입력 2020.09.07 21:18 수정

미국 뉴욕주 로체스터에서 6일(현지시간) 인종차별 항의 시위 도중 한 시위자가 ‘흑인 생명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고 있다. 로체스터|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뉴욕주 로체스터에서 6일(현지시간) 인종차별 항의 시위 도중 한 시위자가 ‘흑인 생명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고 있다. 로체스터|로이터연합뉴스

올 여름 미국은 ‘저항의 시간’을 보냈다. 5월25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관의 무릎에 목이 짓눌려 숨진 후, 수십만명의 미국인들이 거리로 나와 “흑인 생명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BLM)고 외쳤다. 인종차별 저항 시위는 미 전국에서 100일을 넘겨 장기화하고 있다. 이번 시위는 미국사회에서 대중적 지지를 얻었지만, 정치나 정책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는 한계를 드러냈다고 AP통신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듀크대 정치학 조교수인 애슐리 자디나는 AP 통신에 “이번 여름 시위에 관해 낙관적 전망이 많았다. 우리는 처음으로 미국의 모든 백인들이 경찰 폭력과 인종적 부정의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 인종차별적 발언을 해오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조차 6월12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경찰 폭력과 관련해 “불명예”라고 말했다. 실제 플로이드 사건 직후 미국인의 64%(6월2일, 로이터·입소스)가 “시위대에 동조한다”고 했다.

하지만 시위가 장기화하고 대선 이슈로 부상하면서, 최근엔 시위 양상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가 됐다. 미국인 인식에도 약간의 변화가 나타났다. 시위를 지지한다는 응답은 49%(4일·시빅스)로 떨어졌다. 미국 매체들은 오리건주 포틀랜드, 위스콘신주 커노샤 등 시위 현장에서 총격으로 사망자가 나오면서 여론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자디나 교수는 “여전히 많은 백인은 시위와 인종문제를 받아들이는 관용 수준이 낮다. 시위가 폭력적이거나 재산 파괴와 관련돼 있다고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고 했다. 플로리다주 에지워터의 보험회사 직원인 백인 남성인 스티브 디페오(49)는 “시위는 지지하지만, 폭력 시위대가 이 운동을 위험하게 보이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포틀랜드에 살고 있는 백인 남성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댄 쿠퍼(51)는 AP에 “BLM 운동을 계속 지지하지만, 그들이 조금 길을 잃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기간 시위는 대체로 평화로웠다는 조사 보고서가 나왔다. 무장분쟁·테러·시위 등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다국적 단체 ACLED가 지난 3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플로이드 사망 다음날인 5월26일부터 8월22일까지 수도 워싱턴을 비롯해 미국 50개주 2440여개 지역에서 BLM 관련 시위는 7750건으로 집계됐다. 이중 93%는 평화 시위였다.

그런데도 미국인의 42%가 ‘시위가 폭력적’이라고 인식하는 것은 “미디어의 편향된 보도 영향” 때문이라고 ACLED는 진단했다. 예컨대 보수성향 폭스뉴스는 미니애폴리스에서 ‘불타는 건물’ 영상을 수일이 지나도록 여러 번 반복해 틀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법과 질서’를 강조하면서 백인 보수층의 선입견을 강화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분위기는 “구조적 차별을 없애라”는 시위대 목소리를 가리고 있다.

시위가 이끌어낸 실질적 변화도 눈에 띄지 않는다. 5월 말 이후 미 31개 주에서 최소 450건의 경찰개혁안이 나왔지만, 의회 회기가 지나거나 세부 조정, 반대 여론 등으로 ‘실행’까지 간 경우는 드물다. 켄터키주 루이빌에서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브레나 라이트(24)는 “거리마다, 창문마다 BLM 구호가 걸려 있다. 너무 감사하고, 감동적이지만 나에겐 변화가 아니다. 시스템이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3일 커노샤에서 경찰 총격으로 다친 제이컵 블레이크는 5일 변호인이 공개한 영상을 통해 피격 후 첫 입장을 밝혔다. 그는 “당신의 삶이, 그리고 당신의 삶뿐만 아니라 걸어다니고 나아가는 데 필요한 당신의 다리가 이렇게 될 수 있다. 여러분의 삶을 바꿔달라”고 촉구했다. 6일 밤에도 흑인 남성 대니얼 프루드가 경찰의 복면으로 질식사한 사건이 알려진 뉴욕주 로체스터나 ‘100일 연속 시위’를 기록한 포틀랜드 등지에서 격렬한 시위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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