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전용사 ‘루저’ 비하 파문…보수 표심 노리던 트럼프 ‘곤혹’

2020.09.07 21:18 입력 2020.09.08 11:00 수정

참전용사 ‘루저’ 비하 파문…보수 표심 노리던 트럼프 ‘곤혹’

“묘지 참배 일정 거부하며”
시사지 애틀랜틱 보도에
트럼프, 부인하며 “맹세”

주프랑스 미 대사관저서
예술품 일방 환수 논란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이 미군 참전용사들을 ‘패배자(loser)’ ‘호구(sucker)’라고 비하했다는 보도를 둘러싼 파장이 커지고 있다. 시사지 애틀랜틱은 지난 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11월 프랑스 파리를 방문했을 때 참전용사 묘지 참배 일정을 보고받고 “왜 가야 하나. 패배자만 가득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짜뉴스’라고 부인했지만, 애틀랜틱은 추가 보도를 예고했다. 야당은 물론 참전용사 등이 반발하면서 발언의 진위여부가 오는 11월 미국 대선의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트위터에 “스티브 잡스는 그의 아내가 사기꾼이 운영하고 가짜뉴스와 증오를 토해내는 망해가는 극좌 잡지에 돈을 낭비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극우 논객 찰리 커크가 올린 트윗에 댓글을 다는 방식으로 글을 올렸다. 커크는 “잡스 부인 로린 파월 잡스는 올해 조 바이든 선거캠프에 최소 50만달러를 기부했다. 누가 애틀랜틱 지분 다수를 보유했는지 아는가? 로린 파월 잡스”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틀랜틱 보도 직후에도 “스러진 영웅들에 대해서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맹세할 수 있다”고 전면 부인했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등 행정부 주요 인사들도 전면 부인했으며, 부인 멜라니아 여사도 반박 성명을 냈다. 반트럼프 인사로 돌아선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당시 순방에 동행했지만 자신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그런 얘길 듣지 못했다고 뉴욕타임스에 밝혔다.

그러나 해당기사를 직접 작성한 애틀랜틱의 제프리 골드버그 편집장은 이날 CNN방송 인터뷰에서 “며칠, 몇주 내로 추가 보도와 추가 확인, 그리고 추가 정보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애틀랜틱은 지난 3일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11월 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 행사 참석을 위해 프랑스 파리를 방문했을 당시 앤마른 미군 참전용사 묘지 참배 일정을 보고받고 “왜 묘지에 가야 하나. 패배자만 가득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비 때문에 머리 스타일이 망가질까봐 참배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대화에서 프랑스 ‘벨로 숲 전투’에서 숨진 미 해병대원 1800명을 ‘호구’라고 불렀다고 애틀랜틱은 전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묘지 참배를 취소했고, 이 때문에 논란은 더 증폭됐다. 보수매체인 폭스뉴스도 취재를 통해 확인했다면서 관련 보도를 이어갔다.

참전용사에 대한 예우가 각별한 미국 사회는 요동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애국심을 중요시하는 보수 및 중도성향 지지자들이 등을 돌릴 수 있는 사안이라 논란이 확산될수록 불리할 수밖에 없다. 참전용사 권익 옹호 단체 ‘보트베츠’는 비난 성명에 이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숨진 장병 부모들이 등장해 “내 아들은 패배자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온라인 광고를 내보냈다.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역겨운 발언”이라면서 사과를 요구했다. 2015년 뇌종양으로 사망한 바이든 전 부통령의 장남 보는 2008~2009년 이라크에 파병돼 복무했다.

설상가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주프랑스 미국 대사관저에서 건국 아버지 중 한 명이자 초대 프랑스 대사를 지낸 벤저민 프랭클린의 초상화와 흉상 등 예술품을 다수 지목해 귀국행 전용기로 백악관으로 옮겨오도록 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들 예술품은 ‘문화 외교’ 프로그램 일환으로 대사관저에 전시됐던 작품인데, 일방적으로 옮겨졌다는 점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백악관 부대변인도 보도 내용을 사실상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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