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라파 지상군 투입’ 막으려…칼 빼든 미국

2024.03.22 06:00 입력 2024.03.22 06:02 수정

유엔 안보리에 “즉각 휴전 지지” 결의안 제출, 왜

강경 일변도 네타냐후·극우 내각에 ‘인내심 한계’ 분석
휴전 ‘강제’ 없어 한계…팔 난민기구 지원 중단 논란도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20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즉각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제출했다는 사실을 전격적으로 공개하자 외신들은 강경 일변도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극우 내각에 대한 미국 정부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특히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 이스라엘 지상군 투입이 임박하면서 이를 저지하기 위해 극약 처방을 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알자지라는 이날 미국이 안보리에 제출한 결의안 초안 사본을 입수해 보도했다. 결의안엔 “민간인을 보호하고, 필수적인 인도주의적 지원을 허용하고, 인도주의적 고통을 완화하기 위해 즉각적이고 지속적인 휴전 필요성을 인정하고, 이를 위해 각국의 외교적 노력을 명백히 지지한다”는 문구가 담겼다. 미국 정부는 이를 공식 확인하지 않았다. 알자지라는 즉각 휴전을 ‘강제’하는 내용이 아니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동안 이스라엘을 적극적으로 옹호해왔던 미국이 ‘즉각 휴전’을 언급한 결의안으로 이스라엘 압박에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AFP통신에 따르면 중동 순방 중인 블링컨 장관은 이날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아 결의안을 제출한 사실을 알리며 “나는 이것이 강력한 메시지, 강력한 신호가 되리라 생각한다”면서 사실상 이스라엘을 겨냥했다.

앞서 국제사회 비판에도 세 차례나 비슷한 내용의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던 미국이 돌연 태도를 바꾼 배경엔 최근 불거진 미국과 이스라엘의 갈등이 있다는 시각이 다수다. 우선 약 150만명에 이르는 난민이 몰려든 라파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지상 작전 계획을 놓고 양국은 정면충돌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이날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과 통화하며 “이스라엘엔 라파에서의 전면적인 지상전이 아닌 다른 선택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라파 군사작전 계획은 이미 승인했다”며 “조만간 민간인 대피 계획 승인 예정”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라파 침공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일각에서 제기된 네타냐후 총리 교체 요구를 놓고도 연일 설전이 오가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미 연방 상원 공화당 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최근 이스라엘 지도부 교체를 주장한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의 발언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호응에 대해 “중동 평화의 걸림돌”이라고 날을 세웠다.

점점 심해지는 가자지구의 인도주의 위기와 미국의 결단을 촉구하는 국제사회 요구도 결의안 제출 이유로 꼽힌다. 블링컨 장관은 “우리는 이스라엘과 자기방어권을 지지한다”면서도 “동시에 위험에 처해 있고, 극심하게 고통받는 민간인들에게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은행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가자지구 인구 230만명 가운데 급성 영양실조로 사망 위험에 처한 사람이 110만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 의회는 2024년 회계연도 본예산에 2025년까지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에 대한 미국 지원을 중단하는 내용을 반영해 오는 22일 전 처리하기로 해 논란이 예상된다. 미 정부는 지난 1월 UNRWA 직원 일부가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에 연계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후 UNRWA 지원을 일시 중단했다. 반면 ‘이슬람 종주국’ 사우디는 이날 킹 살만 인도주의구호지원센터를 통해 4000만달러(약 536억원)를 UNRWA에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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