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종교갈등 ‘피의 보복’ 격화

2002.03.01 22:42

인도내 힌두교도와 이슬람교도들간의 해묵은 갈등이 보복전으로 이어지며 최근 며칠새 수백명이 목숨을 잃는 참극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서부 구자라트주에서 이슬람교도들이 힌두교 열성 신도들을 태운 열차를 공격, 57명을 살해한 데 이어 28일과 1일에는 힌두교 청년들이 이에 대한 보복을 가했다.

이들은 아마다바드를 비롯한 구자라트의 주요 도시에서 이슬람 사원에 돌을 던지고 상점과 주거지에 불을 지르는 등 방화와 약탈을 자행, 최소한 190명이 목숨을 잃었다. 2,000여명의 힌두교도들이 28일 새벽 이슬람교도들의 집을 방화하면서 잠자던 이슬람교도들이 불에 타 숨지거나 심한 화상을 입기도 했다.

폭력이 악화되면서 구자라트 일대에 군 병력이 출동했고 주변 32개 도시에 무기한 통금령이 내려졌으나 폭동 진압엔 역부족인 상태다. 현재 구자라트 경찰엔 폭도들에 대한 발포명령이 내려졌으며 주 당국은 이번 사태와 관련, 1,200여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28일 폭동은 구자라트주 힌두 민족주의자들이 주 전체의 총파업을 주도하면서 나왔다. 아직까진 구자라트 인근 뭄바이에서 투석전 정도만 있을 뿐이지만 양측간의 감정이 악화되며 전국적인 폭동으로 번질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인도 보안군은 파업이 폭동으로 바뀔 가능성에 대비해 전국에 비상경계령을 내렸다. 이번 폭동사태의 불씨는 힌두교도들이 인도 동북부 아요디아에 추진하고 있는 힌두사원 건립문제다. 아요디아는 인도 국민 대다수를 차지하는 힌두교도들에게 주요한 신들 중 하나인 ‘라마’의 탄생지다. 그러나 16세기 이곳에 이슬람교의 바브리 사원이 들어서면서 양측간의 성지분쟁이 계속돼 왔다. 결국 1992년 힌두교도들이 이 사원을 부숴버렸고 양측간 전면 유혈분쟁으로 이어져 2,000여명이 사망했다.

그 후 힌두교도들은 이곳에 힌두사원 건설을 추진해 왔다. 27일 이슬람교도들의 열차습격도 사원건설 추진차 이곳을 방문했다가 돌아가던 힌두교도들을 겨냥한 사건이었다. 힌두교도들은 오는 15일을 공사 착수일로 설정해 놓고 있어 충돌은 더욱 격화될 조짐이다. 이미 열성 힌두교 행동대원 2만명 이상이 아요디아 지역에 사원건설 작업과 기도를 위해 들어가 있는 상태다. 소요사태가 일어난 구자라트 지역은 이슬람 신도 비율이 전국 평균 12%보다 높은 지역이다.

영국 BBC방송은 힌두사원 건설 강행 시한을 보름 앞둔 바지파이 총리가 당내 상당한 기반을 가진 힌두 강경파를 달래 격화되는 유혈사태를 진정시킬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보도했다.

1992년 바지파이가 이끄는 바라티야 자나타 당(BJP)은 강경파 힌두 파리샤드 당(VHP)과 함께 이슬람 사원 파괴를 주도, 힌두교 지지를 발판으로 집권에 성공했으나 집권 이후엔 종교 갈등을 피하고 이슬람의 지지를 얻기 위해 대화를 유도해 왔다. 바지파이 총리는 아요디아 문제에 대해서도 대화와 법원의 판결에 맡기겠다는 입장을 피력해 집권 후 연정을 구성한 강경파 VHP의 압박을 받아 왔다.

〈송현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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