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K 잡는다던 미국 드론 공격에 일가족 10명 사망

2021.08.31 14:06 입력 2021.08.31 14:58 수정

29일(현지시간) 미국의 IS-K를 겨냥한 드론 공습에 피격당한 아흐마디 가족의 자동차. 차량에 탑승한 아이들을 포함해 일가족 10명이 공격으로 숨졌다. 카불|신화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미국의 IS-K를 겨냥한 드론 공습에 피격당한 아흐마디 가족의 자동차. 차량에 탑승한 아이들을 포함해 일가족 10명이 공격으로 숨졌다. 카불|신화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마지막까지 비극으로 얼룩졌다. 미국이 철군하기 하루 전날 테러단체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을 겨냥해 단행한 드론(무인항공기) 공격에 2살 어린이를 포함한 일가족 10명이 사망했다.

미국이 지난 29일(현지시간) IS-K의 카불 공항 테러에 대한 보복으로 단행한 드론 공격으로 카불에 거주하던 일가족과 친인척 10명이 숨졌다고 알 자지라 방송 등이 30일 보도했다.

외신에 따르면 비영리단체 ‘영양과 교육 인터내셔널’에서 일하는 엔지니어 제마라이 아흐마디(40·사망)는 이날 오후 4시 30분쯤 퇴근 후 아들 중 한 명에게 골목길에 둔 차를 집 정원으로 주차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들 가족은 미국에 갈 예정으로, 제마라이는 아들이 미국 도착 전 운전연습을 조금이라도 더 하기를 원했다. 골목길에서 놀던 아이들 중 몇 명이 차를 타고 집에 가고 싶다며 올라탔다. 차량이 집 앞에서 멈췄을 때 로켓이 떨어졌다. 차 안에 있던 아이들 등 일가 10명이 숨졌다. 사망자 가운데 8명이 18세 미만이었다.

아흐마디 일가의 이웃들은 연기가 자욱한 가운데 벽이 피로 물들었고 여기저기 시신조각과 유리 파편이 흩어져 있었다고 전했다. 일가족 중 생존자인 아이만 아흐마디는 “두 살배기 말리카를 포함해 대다수 피해자들은 무력한 아이들이었다”며 “식료품을 사러 나가지 않았다면 나도 피해자가 됐을 것”이라고 알 자지라에 말했다. 2살 딸과 형제 3명을 한꺼번에 잃은 수마 아흐마디는 “내 딸 살려내”라고 절규하다 까무러쳤다.

영양과 교육 인터내셔널은 성명을 내고 “갑작스러운 제마라이의 죽음에 우리는 매우 충격받았고 슬퍼하고 있다”고 밝혔다. 단체에 따르면 제마라이는 2006년부터 기구에서 일하며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도왔다. 사망 전날에도 지역 난민캠프의 여성과 아이들에게 콩으로 만든 식사를 배달했다.

아흐마디 일가의 죽음을 가져온 공습은 IS-K가 카불 공항 외곽에서 저지른 자살폭탄 테러를 응징하기 위해 미국이 단행했다. 이 테러로 13명의 미군과 170명 이상의 시민들이 목숨을 잃었다. 미국은 이후 드론으로 보복공격을 단행해 IS-K 대원 두 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작전을 수행한 미국 중부사령부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불분명하다”며 “무고한 생명을 잃을 가능성에 대해 매우 슬퍼할 것”이라 말했다고 WP가 전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미국을 포함한 어느 나라든 아프간에서 작전을 수행할 권리가 없다”고 밝혔다.

미국이 단지 IS-K를 목표로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는 설명은 주민들의 분노를 더욱 자아냈다고 알 자지라가 전했다. 아흐마디의 이웃 압둘 마틴은 “우리는 모두 아프간인이다. (드론이) 폭발물을 싣고 하늘에 뜨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 숨진 일가의 친척인 파야즈 아흐마디는 “미국은 항상 IS나 알 카에다, 탈레반을 살해한다고 말하지만 항상 민간인과 어린이들을 공격한다”고 WP에 말했다.

아프간 전쟁은 ‘드론의 전쟁’이기도 했다. 2001년 10월 7일 아프간에서 미국 최초의 드론 공습으로 탈레반 최고지도자 물라 모하마드 오마르를 사살했다고 당국이 밝히면서 드론 위주 작전이 전개됐다. 하지만 이 발표는 사실이 아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오마르는 2013년 파키스탄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도 드론은 미군의 희생을 최소화하면서 표적공격이 가능한 효율적 무기로 여겨졌다.

드론 공습은 바글란, 타카하르, 헤라트, 쿤두즈 등 탈레반의 지방 거점도시에서 주로 벌어졌다. 주민들의 피해도 이들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미국은 드론 공습에 의한 민간인 피해를 조사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이는 지역 주민들이 미국과 아프간 정부에 등을 돌리는 원인이 됐다. 미국이 밝힌 아프간 전쟁의 민간인 희생자 수는 4만7000여명이다.

아프간에서 활동하며 드론을 활용한 전쟁 양상에 집중해 취재해 온 독일 언론인 엠란 페로즈는 “미국의 아프간 작전이 드론 공격으로 시작해 드론 공격으로 끝난 것은 매우 상징적이다. 미국은 20년 동안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것 같다”고 알 자지라에 말했다. 그는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들은 드론 공격이 테러리스트를 겨냥한 것이라고 20년 동안 주장해 왔지만, 실제 누가 살해되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하며 아마 모를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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