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 손가락’ 든 자녀와 연 끊었다”…미얀마 부모의 슬픈 공개 입장문

2022.02.07 21:40 입력 2022.02.07 22:19 수정

반군부 세력 가족 압박하자

국영신문 절연 공지 570건

일부는 자녀 걱정 덜기 위해

자녀 “이해하지만 아프다”

손목에 새긴 ‘저항’ 반군부 세력에 가담했다가 부모로부터 절연을 당한 20대 미얀마 남성이 지난달 26일 쿠데타에 반대하는 세 손가락 경례 등을 문신으로 새긴 팔뚝을 보여주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손목에 새긴 ‘저항’ 반군부 세력에 가담했다가 부모로부터 절연을 당한 20대 미얀마 남성이 지난달 26일 쿠데타에 반대하는 세 손가락 경례 등을 문신으로 새긴 팔뚝을 보여주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얀마에서 반군부 세력에 가담한 자녀들을 둔 부모들이 가족 관계를 끊었다는 공지를 매일 국영신문에 게재하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군부가 반군부 세력 가족들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면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은 7일(현지시간) 미얀마에서 지난 3개월간 매일 평균 6~7가구가 군사정권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가족, 친지들과 관계를 끊었음을 확인하는 입장문을 국영신문에 냈다고 소개했다. 로이터가 확인한 고지문만 570여건에 달했다.

자동차 판매 일을 하다 군사정권에 저항하는 무장단체에 가담했다는 한 20대 남성은 자신과의 관계를 부인하는 부모의 공지문을 읽고 울었다고 밝혔다. 그의 부모는 지난해 11월 미얀마 국영신문 미러에 “부모의 말을 전혀 듣지 않았기에 우리는 아들과의 관계를 끊었다”고 알렸다. 남성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동료들은 가족들이 압력을 받는 상황이라 그렇게 하는 것이 불가피했을 것이라 위로했지만 너무 마음이 아팠다”고 전했다.

기자로 일하면서 미얀마 전경들이 시위대에 폭력을 휘두르는 장면을 촬영해 군부로부터 쫓기는 신세가 된 소 파이 아웅도 지난해 11월 아버지와 의절해야 했다. 그의 아버지가 국영신문에 올린 공지문에는 “나는 그와 관련해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을 것”이라 써 있었다. 아웅은 “나와의 관계를 끊음을 언급한 신문을 봤을 때 슬펐다”면서 “하지만 부모님이 (군부의) 압박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이해한다. 집이 압류되거나 체포될까 걱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족과의 관계를 단절하는 공지문들은 주로 지난해 11월부터 보이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부는 당시 저항 세력의 재산을 몰수하고 이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한 사람들을 체포하겠다고 밝혔다. 의심되는 곳에 대한 수십건의 수색이 이어지기도 했다.

영국 인권단체인 ‘미얀마캠페인’ 관계자는 군부가 1980년대 말과 2007년 발생한 반정부 시위 때도 반대세력들의 가족을 목표로 한 전술을 사용했다고 전했다. 그는 “가족과의 절연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은 미얀마 문화에서 오랜 역사가 있다”며 “(반군부세력) 가족들은 곤경에 처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부모들은 절연을 밝힌 공지문이 반군부 운동에 참여한 자녀들의 걱정을 덜어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어머니는 “딸은 소신대로 하고 있지만 우리에게 문제가 생기면 걱정할 것 같다”며 “딸은 내가 한 행동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얀마에선 군부가 불법적으로 정권을 찬탈한 이후 군에 반대하는 수십만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나왔다. 군부가 시위를 격렬히 진압하자 일부 시민들은 해외로 도망치거나 외딴 지역의 무장 단체에 가입했다.

한 반군부 세력 관계자는 “이 혁명이 가능한 한 빨리 끝나기를 바란다”며 “어서 집에 돌아가 가족을 부양하고 싶다”고 말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