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해상 실크로드 재현하는 닝보

2006.06.25 18:33

중국 동부 연안지방의 저장(浙江)성은 1978년 개혁개방 정책 이후 가장 먼저 개방을 단행한 곳이다. 현재 광둥(廣東)성과 더불어 중국에서 경제가 가장 발달한 곳으로 꼽히고 있다. 이웃에 있는 상하이(上海)와 장쑤(江蘇)성과 함께 양쯔강 삼각주 경제권을 이루고 있다.

[中 축소판 저장성을 가다] 1. 해상 실크로드 재현하는 닝보

저장성은 중국 민간경제의 본산이자 한반도와는 동중국해를 사이에 두고 고대로부터 인연을 맺은 곳이다. 하지만 저장성 내부는 뉴욕을 방불케 하는 상하이와 아이들 학비조차 여유가 없는 농촌이 혼재한다. 빈부격차의 고민은 중국 대륙의 축소판인 셈이다. 이 ‘작은 중국’을 지난 15일부터 22일까지 8일 동안 저장성 초청으로 둘러봤다. 닝보(寧波), 항저우(杭州), 샤오싱(紹興), 타이저우(台州), 원저우(溫州)에서 저장성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진단해본다.

중국 저장성의 항구도시 닝보. 과거 명주(明州)라는 이름을 가졌던 이곳은 중국 ‘해상실크로드’의 시발지라는 이름에 걸맞게 과거 신라와 고려 시대 당시 중국과의 해상 무역이 아주 활발했던 곳이다.

닝보 도심에 있는 자연호수인 웨후(月湖)를 둘러싸고 있는 ‘웨후공원’ 동쪽에 최근 새로운 역사 명소가 들어섰다. 바로 송나라를 찾았던 고려 사신들과 상인들이 묵었던 고려 사행관 자리에 위치한 ‘고려 사관(使館) 유적’ 기념관이다. 지난 15일 복원 기념 행사를 가진 이 기념관을 지난 18일 오후 5시쯤 찾았다. 문을 닫은 시각이지만 시 당국의 배려로 참관할 수 있었다. 2001년 총면적 75㎡의 초라한 규모로 문을 열었던 전시관은 지난 2년여 동안 당국의 자료 수집과 고증 등 관련 준비 작업을 거쳐 10배가 넓은 750㎡의 대규모 전시관으로 마침내 문을 다시 연 것이다.

<b>닝보의 장보고 동상</b> 닝보시 고려사관유적 기념관에 전시된 장보고 동상 앞에서 안내원이 설명하고 있다. 닝보/홍인표특파원

닝보의 장보고 동상 닝보시 고려사관유적 기념관에 전시된 장보고 동상 앞에서 안내원이 설명하고 있다. 닝보/홍인표특파원

기념관 입구에는 송나라 휘종이 정화 7년(1117년) 명주 태수였던 누이(樓異)에게 칙령을 내려 고려 사신들에 대한 접대를 맡을 ‘고려사(高麗司)’라는 관청을 세우도록 하는 한편 고려 사신들이 묵을 영빈관을 지으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을 담은 황제 친필 비석이 양쪽에 세워져 있었다. 또 고려 사신들과 상인들이 닝보항에 도착해 사행관에 도착했을 당시를 재현하는 대형 그림이 비단 위에 그려져 관람객들을 맞고 있었다.

기념관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신라시대 해상왕이던 장보고의 흉상이다. 안내판에는 장보고가 신라시대 한반도의 흑산도를 거쳐 산둥(山東)성과 닝보에 이르는 새로운 항로를 개척해 양국 교류에 크게 이바지했다는 역사적 사실이 적혀 있었다.

‘고려청’ ‘명주청’ ‘문화교류청’ 등 3칸의 독립 공간에 마련된 전시관에서 눈에 띄는 것 중 하나는 모형 선박이다. 바로 1976년 전남 신안 앞바다에서 발견된 원나라 당시 선박을 축소 모형으로 재현한 것이다. 당시 상선은 닝보 항을 출발해 고려를 거쳐 일본으로 가려다 풍랑으로 침몰된 것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기념관에는 고려 문종의 아들인 대각국사 의천(義天)과 천태종의 교조가 된 의통(義通)대사가 바로 닝보의 유명 사찰인 보운사에서 수도를 한 바 있다는 사실을 전했다. 이밖에 조선 성종 시대 학자 최부(崔溥)의 초상화도 전시되어 있었다. 최부는 제주도로 가던 도중 풍랑을 만나 닝보를 거쳐간 뒤 기행문 ‘표해록’을 집필해 닝보와 인연이 있다.

기념관 안내원인 저우훙(周虹)은 “전시된 자료를 보면 고대 중국과 한국이 얼마나 많은 정치, 경제, 문화, 교류를 했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다소 빈약해보이는 듯한 전시물과 자료는 앞으로 추가 수집을 통해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닝보시 탕이쥔(唐一軍) 공산당 부서기는 “한국 기업들의 투자가 갈수록 늘어나면서 과거 한반도와 관련된 역사 유적 복원에 대한 필요성이 한층 높아졌다”며 “최근 닝보와 인천간 항공노선도 개설된 만큼 더욱더 많은 한국 손님들이 닝보를 찾아와 역사 유적을 관람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닝보(중국 저장성)|홍인표특파원 iph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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