뤼차오 원장 “한국 경제 ‘탈중국’ 주장은 비현실적…정권교체 따른 관계 급변은 없을 것”

한반도 전문가인 뤼차오 중국 랴오닝대 미국·동아시아연구원장은 “중국을 배제하는 반도체 동맹 자체가 현실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뤼차오 원장 제공

한반도 전문가인 뤼차오 중국 랴오닝대 미국·동아시아연구원장은 “중국을 배제하는 반도체 동맹 자체가 현실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뤼차오 원장 제공

반도체 동맹 앞세운 미국이
중국 배제 압력 시도하지만
한·중의 상호보완적 경제
극단적인 변화는 쉽지 않아

[한·중 수교 30년] 뤼차오 원장 “한국 경제 ‘탈중국’ 주장은 비현실적…정권교체 따른 관계 급변은 없을 것”

한반도 전문가인 뤼차오(呂超) 중국 랴오닝대 미국·동아시아연구원장은 수교 30주년을 맞아 전환기에 선 것으로 평가되는 한·중관계에 대해 “극단적으로 바뀌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을 했다. 그는 지난 21일 경향신문과 화상 인터뷰를 하면서 “경제 방면에서 (한국의) ‘탈중국’ 주장은 현실성이 없다”며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뤼 원장은 미국에 기울었다는 평가를 받는 윤석열 정부의 대외정책에 대해서도 일정한 적응기가 필요하겠지만 정권 교체 때문에 한·중관계가 급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뤼 원장은 다만 미·중관계 악화 속에서 한국에 가해지는 미국의 압력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문제는 한·중관계에 큰 변수이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뤼 원장은 랴오닝사회과학원 남북한연구센터 수석전문가를 겸하고 있는 중국 내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다. 다음은 일문일답.

- 미·중 갈등과 한국 정권 교체로 한·중관계가 전환점을 맞았다는 평가가 있다.

“한국 대선 이후 중·한관계에 대한 토론이 있었다. 크게 부정적 변화는 없을 것이란 견해와 양국 사이 큰 갈등과 충돌이 있을 것이란 비관적 견해가 엇갈렸다. 개인적으로는 집권당이 바뀌었다고 한·중관계가 극단적으로 달라지거나 악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양국 관계에는 경제·문화 교류·협력이 튼튼한 기초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도 집권당이 변한다고 한·중관계가 크게 변하거나 역전되는 일은 없었다. 다만 중·미관계는 중·한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미국이 무역전쟁을 벌이고 (중국에) 경제 제재를 가하면서 계속 한국에 압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 윤석열 정부가 미국에 기울고 있다고 생각지 않나.

“윤석열 정부 대외 정책에 변화와 도전적 요인이 있는 건 사실이다. 양국 사이에 일정한 적응기가 필요할 것이다. 또 미국은 계속 인도·태평양 전략과 반도체 동맹(칩4) 등을 앞세워 한국에 압력을 가하면서 중국 배제를 시도하고 있다. 그래도 한·중관계가 극단적으로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한·중은 서로 호응하고 돕는 관계로 지금까지 왔다. 3000억달러가 넘는 양국 무역액은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일각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 아닌 ‘안미경세(안보는 미국, 경제는 세계)’를 이야기하는데 그 말 자체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경제 방면에서 ‘탈중국’을 주장한다면 그건 현실적이지 않다. 중국은 제3국 이익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한국이 미국과 정상적 관계와 협력을 발전시키는 것에 이의가 없다.”

- 한국의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나 칩4 참여는 어떻게 보나.

“미국이 주도하는 그 두 가지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특히 칩4는 분명히 중국을 배제할 목적을 갖고 있다. 중국은 당연히 이런 활동에 반대한다. 하지만 한국이 어떤 국제 경제조직에 참여하든 그건 한국의 일이고 중국의 이익이나 양국 협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중국은 간섭하지 않는다. 또 칩4와 관련해 한국 입장은 일본과는 다르다. 일본은 아주 적극적이지만 한국은 다소 피동적 입장으로 이해한다. 중국이 한국 반도체의 최대 시장인데 만약 중국을 배제하는 미국 주도 활동에 참여한다면 그걸 다 어디에 소비할지가 한국이 해결해야 할 문제일 것이다. 한국도 미국이나 일본에서 그걸 다 처리할 수 없다는 걸 분명히 알고 있다. 중국을 배제하는 반도체 동맹 자체가 현실적이지 않으며 한국도 기업들과 논의를 거쳐 신중히 결정해야 할 것이다.”

사드는 단순한 무기 아니라
중국엔 심각한 안보 위협
한·중관계에 부정적인 영향
완전 철수 때까지 지속될 것

- 한국은 사드 기지 정상화도 추진하고 있다.

“한·중 수교 30년 동안 많은 문제가 있었지만 대부분 쉽게 해결됐다. 유일하게 해결되지 않고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이 사드다. 미국이 고집 세게 압력을 가해 사드를 받아들이도록 했다. 사드 레이더 반경은 중국과 러시아까지 포함하기 때문에 중국은 강경한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다. 사드는 경제적으로도 한·중관계에 치명적 영향을 미쳤다. 한국이 사드를 완전히 철수하지 않는 이상 중국은 안보 위협을 느낄 것이고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 사드 갈등 이후 양국 국민감정도 악화됐다.

“양국 국민 간 오해는 평등한 입장에서 감정을 가라앉히고 토론하면 해결 가능한 것들이다. 김치나 한복 문제 같은 것은 사소한 부분에서 생기는 오해다. 양국 간 문제는 중국이 일본과 나누는 문제와는 다르다. 난징대학살 문제 같은 경우 일본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는 풀기 어려운 문제지만 한·중 간 문제는 대화로 해결할 수 있다. 다만 사드는 단순한 무기 시스템 문제가 아니다. 양국 국민 사이에서도 매우 민감한 감정적 문제가 됐다. 계속 중·한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북·미가 평화롭게 대화하면
중국도 비핵화에 힘 보탤 것
향후 한·중관계 개선 위해
상호 신뢰와 교류 확대 필요

- 한국은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중국의 역할을 기대한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북 모두와 우호적 관계에 있는 나라가 중국이다. 남북관계 개선에 충분히 공헌할 수 있다.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한 중국의 입장은 변한 적이 없다. 북한 핵무기 사용에 반대하며 비핵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한·중이 긴밀한 의사소통으로 비핵화에 대해 논의할 여지는 충분하고 평화 공존에 함께 기여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북한 핵 문제의 근본 원인은 미국이 초래한 것이다. 북한은 미군의 한국 주둔과 잦은 한·미 군사훈련을 안보 위협으로 인식한다. 미국은 비핵화와 관련해 북한의 안전보장 요구에 대해서도 성의 있거나 충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진전이 없는 것이다. 북·미가 평화롭게 비핵화 회담을 하고 담판을 지어야 한다. 중국은 그것을 독려하는 측면에서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

- 북한이 핵실험을 재개한다면 중국은 대북 제재에 동의할까.

“북한 핵실험 재개는 미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에서 나오는 말이다. 신뢰성이 떨어지는 일종의 선전이라고 본다. 비핵화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

- 미·중관계는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보나.

“중·미관계는 최저점에 있다. 현시점에서 조 바이든 미국 정부의 관계 개선 의지가 잘 안 보인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대만 방문처럼 중국을 자극하는 문제가 계속 발생한다. 미국이 중국에 경제적 압력을 가하는 정책을 취소한다면 경제 협력 여지가 생기겠지만 미국은 계속 중국에 경제적 압력을 가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 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미국이 가하는 압력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미국이 어떻게 나오는지를 계속 주시할 것이다.”

- 향후 한·중관계 전망은.

“좋은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 믿는다. 수교 30주년 역사는 여러 국제 문제에서 양국의 정치·외교적 입장이 비슷하거나 일치하는 경우가 많고 경제적으로는 상호 보완적 관계에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양국 모두 경제 발전에 있어 서로를 배제하지 못한다. 한국의 정권 교체가 중·한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지만 상호 이해하고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윤석열 정부도 중·한관계가 중요하다 얘기하고 있다. 앞으로 나아갈 것이란 희망과 믿음이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이라면 미국이 계속 한국에 압력을 가하면서 중국을 배제하려 하는 것이다. 사드 문제도 마찬가지다. 양국이 다른 나라의 영향을 받지 않는 상황에서 협력한다면 계속 좋은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다.”

- 관계 개선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상호 신뢰가 필요하다. 신뢰가 유지된다면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서도 양국이 협력할 여지가 많다. 경제적으로도 한국이 외부 영향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자신의 경제 노선을 걷는다면 협력 여지가 더 커질 것이다. 중국에는 아직도 한국 스타와 드라마, 영화 팬이 많다. 문화적으로도 많은 교류가 필요하다. 유학생 교류도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 장기적으로 한국과 중국, 북한을 잇는 여행 교류·협력도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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