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독10주년](상)통일의 명암

2000.10.01 19:17

1990년 10월3일 0시.

베를린 제국의사당 앞 광장에서는 무려 60㎡나 되는 초대형 흑·적·황 독일 국기가 서서히 오르기 시작했다. 1918년 독일 최초의 민주공화국 바이마르 공화국의 출범 선언이 이뤄진 이 자리에서 냉전 이데올로기의 종언을 고하는 감격적인 의식이 열리고 있었다.

장엄하게 연주되는 독일 국가, 창공을 수놓는 폭죽과 환호 속에 수십만 군중은 눈시울을 붉게 물들인 채 통일의 감격을 나누고 있었다.

독일이 통일된 지 10년. 그러나 통일에 대한 평가는 아직도 엇갈리고 있다.

분단 극복에 대한 기대가 나름대로 충족되었다는 긍정적 시각이 있는 반면 진정한 독일 통합은 여전히 진행중일 따름이라는 상반된 주장이 맞서고 있다.

지속적인 투자를 통한 사회간접시설 확충, 첨단산업단지 개발을 통해 사회주의체제의 동독 경제를 회복시킨 것은 바람직한 변화라는 평가다. 새로운 도로망과 고속철이 동쪽지역 도시들을 엮어놓았으며 하이테크 산업기지가 속속 둥지를 틀었다. 정보통신 인프라 구축이 이뤄지면서 낙후된 동독의 통신망은 현대화되었고 경제구조도 제조업 중심으로 재편되기 시작했다. 경제회복은 공무원사회에까지 파급돼 이들의 경직성과 부패가 해소되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정부가 이처럼 지속적인 개발과 투자에 주력한 결과 양 지역간 격차는 통일 당시에 비해 상당부분 줄어들었다. 90년 통일 이후 1조5천억마르크라는 천문학적인 액수가 투자되면서 마침내 통일국가의 면모가 서서히 드러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통일의 후유증은 심각한 부작용으로 남아 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돈이다.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고는 하지만 양독간 경제 격차는 엄연히 존재하고 있으며 이는 지역간 불신과 함께 심각한 사회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한 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17에 육박하는 동독지역의 실업률은 서독 7.4의 2배를 상회하고 있으며 생산성은 56(서독 85)에 머물고 있다.

95년 시행에 들어간 ‘연대협정(Solidarpakt)’에 따라 막대한 자금을 동독 재건에 지원하고 있는 연방정부로서는 앞으로도 해마다 2백억마르크의 금액을 계속 쏟아부어야 하는 실정이다.

서독지역 주민들은 이를 충당하느라 높은 세금을 부담할 수밖에 없고 내 주머니를 털어 통일비용을 대야한다는 데 대해 엄청난 불만이 쌓이고 있다.

동독인들은 “서독인들이 돈 좀 있다고 잘난 척한다”고 불평하고 있다. ‘베시’(서독인)와 ‘오시’(동독인)간의 갈등은 독일인의 가슴 속에 보이지 않는 ‘심리적 장벽’으로 등장하고 있다.

‘물리적인’ 장벽은 붕괴되었지만 이들에겐 더 큰 장벽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이다.

이같은 갈등과 불만은 외국인 테러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특히 동독지역의 경우 자신들의 몫을 외국인들이 가로채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극우파 폭력이 더욱 활개를 치고 있다.

바이츠제커 전 독일 대통령은 최근 아사히(朝日)신문과의 회견에서 “독일의 통일은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아직 진행중에 있으며 진정한 통일에 도달하기까지는 아직 10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적 통합에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경제적·사회적으로는 과도기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홍민기자 dury12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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