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미국압력에 이라크 참전”

2004.03.01 19:34

영국은 이라크전이 불법이라고 참전을 꺼렸으나 미국의 압력으로 참전을 결정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이라크전 후폭풍이 확산되고 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1일 영국 상원의원 케네디 남작부인의 출간예정 저서 ‘정당한 법(Just Law)’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전쟁 전 영국 외무부 전문가들은 “2차 유엔 결의안이나 직접적 침공 없이 행사하는 무력행위는 불법”이라는 소견을 내놨으나 미 행정부가 “다른 법률자문을 구하라”고 영국 행정부에 요청했다.

이로 인해 “이라크전에는 유엔결의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던 골드스미스 법무장관이 개전을 수일 앞두고 정치적 압력에 굴복, “전쟁은 적법하다”며 정반대의 유권해석을 내놓았다는 것이다.

지난 29일 일간 가디언의 일요판 옵서버는 당시 영국군 지휘부 역시 전쟁의 불법성을 우려, 개전 직전까지 출동명령 하달을 완강히 거부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이들은 법무장관의 유권해석에 따라 전후 영국군부가 불법개전에 관한 재판에 회부되지 않는다는 확신을 얻고서야 참전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디언은 또 개전 하루 전 이라크에 즉각적 위협이 될 만한 대량살상무기(WMD)가 없다는 새로운 첩보가 입수돼 외무부 관계자들이 전쟁이 불법이라고 믿었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일련의 폭로에도 불구, 영국 정부와 골드스미스 법무장관은 “정부 기밀사항”이라며 침묵을 지키고 있다. 2주 전 영국 검찰은 전쟁 적법성 논란으로 확산되는 것을 우려해 이라크전 기밀누설죄로 기소된 합동정보본부(CGHQ) 번역요원 캐서린 건에 대한 재판을 자진 포기한 바 있다.

반면 야당은 연일 “참전 결정의 근거인 골드스미스 보고내용을 공개하라”며 공세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위의 사실이 의회에 보고됐더라면 1년전 이라크 전쟁 결의안이 영국의회를 통과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영국 언론들은 보고서 내용이 공개되지 않는 한 국론이 분열되고 정부는 제기능을 하지 못할 것이라며 토니 블레어 총리의 용단을 촉구하고 있다.

한편 또다른 참전국인 호주도 1일 이라크전과 관련, 정보기관들이 WMD 관련 증거를 과장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회 보고서에 따라 독립 조사기구를 설치하겠다고 나서 후폭풍은 당분간 계속될 조짐이다.

〈최민영기자 m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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