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이야기

‘피의 일요일’ 최첨단 진실게임

2004.12.01 17:47

지금 북아일랜드에선 ‘피의 일요일(Bloody Sunday)’ 사건에 대한 마지막 조사가 진행중이다.

‘피의 일요일’은 영국과 아일랜드간 역사적 갈등을 극명하게 노출시킨 비극적 사건이다. 1972년 북아일랜드 데리에서 독립주의자들의 저항이 격렬해지자 영국군이 시위대에 발포, 14명의 사망자를 낸 유혈사태를 일컫는다.

이는 영국과 아일랜드가 공동제작해 2002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수상한 영화로도 잘 알려져 있다.

사건 직후 있은 재판에서는 군의 발포 전에 시민측에서 먼저 총격이 있었다는 이유로 발포 부대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다.

그러나 이후 사망·부상자 가족들의 끈질긴 이의 제기에 따라 1998년 첫 청문회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재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내년 여름 최종 조사결과 발표를 앞두고 지난달 말부터 마지막 소환이 시작됐다. 청문회 시작 이후 소환된 사람은 920명을 넘는다. 이 중에는 당시 총리 에드워드 히스를 포함한 정치인과 아일랜드공화국군(IRA) 지도자, 군인 등도 포함돼 있다.

지금까지 조사에 소요된 비용만 1억3천만파운드(약 2천5백억원)에 달하고 기간도 6년으로, 영국 역사상 가장 길고도 비싼 재판 중 하나로 기록될 전망이다.

조사위원회측은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30여년 전 현장을 3차원 가상현실로 재현하기로 했다. 목격자들의 기억 재생을 돕기 위해 고안해 낸 방법이다. 14개월여에 걸쳐 제작된 이 가상현실 소프트웨어는 당시의 설계도와 사진을 통해 ‘그 때 그 장소’를 놀라울 정도로 정밀하게 재현했다.

목격자는 청문회장의 대형 화면에 만들어진 가상공간에 서서 360도 회전할 수도 있고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 사건의 잔혹함으로 인해 목격자가 진술 도중 입을 수 있는 심리적 충격을 고려해 버튼 하나만 누르면 다시 현실세계로 돌아오게 돼 있다.

목격자는 펜을 사용해 특정 순간의 동선을 그려 가면서 설명할 수도 있다.

운동경기 때 해설자가 펜으로 공과 선수들의 동선을 그려가며 설명하는 것과 같다. 기술의 발전이 숨겨진 진실을 밝히는 지렛대가 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김상희 통신원 l 카디프(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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