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총선 ‘新서방파’ 박빙 승리

2007.10.01 18:18

우크라이나의 조기 총선이 30일 실시됐다. 지난 4월 의회 해산 이후 혼란이 지속된 우크라이나 정국이 총선을 계기로 수습될 수 있을지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AP통신이 1일 보도한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빅토르 유셴코 대통령을 주축으로 하는 친(親)서방파가 친러시아파를 근소한 차이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친서방파인 빅토르 유시첸코 대통령이 이끄는 ‘우리 우크라이나당’은 13.4%를 획득했다. 역시 친서방 성향인 율리아 티모셴코 전 총리의 ‘티모셴코 블록’은 31.5%를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 ‘오렌지 혁명’의 주역이었던 두 사람이 손을 잡으면 약 45%를 확보하게 된다.

반면 유셴코 대통령의 정적이자 친러시아파인 빅토르 야누코비치 총리의 ‘지역당’은 35.2%에 그쳤다. 야누코비치 총리와 연대하기로 한 ‘공산당’의 득표율 5.1%를 합쳐도 ‘오렌지 동맹’에 미치지 못한다. 야누코비치 총리는 지난해 3월 총선에서 승리하며 화려하게 정치 무대에 복귀했지만, 의회권력을 다시 여당에 넘겨줘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티모셴코 전 총리는 연립정부 협상을 서두르고 있다. 연정이 성사되면 그가 총리가 된다. 티모셴코 전 총리는 출구조사 결과 발표 직후 “1일 유시첸코 대통령을 만날 것”이라며 “이틀 내에 연정 구성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정이 들어서면 우크라이나는 기존의 친 서방 정책을 순조롭게 추진할 수 있게 된다. ‘오렌지 동맹’은 우크라이나가 유럽연합(EU)과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티모셴코 전 총리는 야누코비치 총리의 지지자들을 의식해 “러시아와 균형있고 조화로운 관계를 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치 전문가들은 연정 협상에 시일이 오래 걸릴 것으로 본다. 연정 협상이 타결된다 해도 얼마나 오래 지속될 지 예단하기 어렵다.

유셴코 대통령은 2004년 대선 승리 이후 티모셴코를 총리로 임명했지만, 내부 분란을 겪다 7개월 만에 해임한 전력이 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티모셴코 전 총리조차 “우크라이나에선 토스트기의 품질 보증서가 정치적 약속보다 더 가치 있다”고 말한 바 있다고 전했다.

득표율 차이가 근소하기 때문에 야누코비치 총리가 순순히 선거 결과에 승복할지도 미지수다. 티모셴코 전 총리는 야누코비치 총리를 겨냥해 “적들은 상황을 바꾸기 위해 무엇이든 할 것”이라며 “모든 사람이 결과를 인정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야누코비치 총리가 법정 싸움을 시작하거나 연정이 주도하는 의회에 불참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지자들이 연정을 인정할 수 없다며 거리 시위까지 벌인다면 우크라이나의 혼란은 재연될 수밖에 없다. 야누코비치 총리는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에 지지 세력을 확보하고 있다. 야누코비치 총리는 일단 군소 정당들과 연정 협상을 시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번 총선에 출마한 정당은 20여개에 이른다. 그러나 외신들은 군소 정당의 득표율이 미미해 별다른 파괴력은 없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최희진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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