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군 아프간 격전지 상긴지역서 철수

2010.07.07 17:48 입력 2010.07.08 00:08 수정

‘영국군의 무덤’ 악명

작전권은 미군에 이양… 탈레반 “격퇴 성공” 자찬

아프가니스탄 주둔 영국군이 최고 격전지 가운데 하나인 남부 헬만드주의 상긴 지역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병력을 파병하고 있는 영국이 아프간에서 발을 빼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영국 보수당 정부는 향후 5년 안에 아프간에서 철군한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7일 영국 가디언과 BBC,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영국군은 헬만드주 북부 상긴 지역 작전권을 연말까지 미군에 이양하고 철수하기로 했다. 리엄 폭스 영국 국방장관은 이날 의회 연설을 통해 이 같은 방침을 밝힐 예정이다. 상긴 지역에서의 영국군 철수는 헬만드주에서의 연합군 재편 전략에 따른 것으로, 영국군은 앞으로 헬만드주 중부 지역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영국군 아프간 격전지 상긴지역서 철수

헬만드주 북부 전략 요충지인 상긴은 아프간 주둔 영국군(약 9500명)의 약 10분의 1이 주둔하고 있지만 2006년 6월 첫 배치 이래 전체 사망자 312명 가운데 3분의 1인 약 100명이 발생한 ‘영국군의 무덤’으로 불리는 지역이다. 영국군이 철수하기로 한 것은 이 지역을 제대로 장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막대한 인명 피해만 초래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영국군은 이번 철수가 ‘퇴각’이 아닌 연합군의 전략 재편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헬만드주의 작전권은 지난달 1일 미군으로 넘어갔다. 헬만드주에는 현재 영국군의 두 배가 넘는 미군 2만명이 배치돼 있다.

이번 철수 계획은 양국 정상 간 사전에 합의된 것이다. 지난달 말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양자회담을 통해 헬만드주 재배치 계획을 논의했다. 캐머런 총리는 이 자리에서 오바마에게 다음 총선이 실시되는 2015년까지 철군하겠다고 밝혔다. 월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도 지난 6일 의회에서 5년 내 아프간 철군 입장을 재강조했다. 영국 내 반응은 엇갈린다. 국방부는 상긴 철수가 아프간 철군으로 보이지 않길 바라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미군에 작전권을 넘겨주려 이 같은 희생을 치렀냐’라는 불만도 제기된다. 그러나 상긴 지역에 배치된 영국군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영국군의 상긴 철수 소식이 전해지자 아프간 탈레반은 “우리의 공격이 거둔 성과”라고 자찬하고 나섰다. 탈레반 대변인 유수프 아마디는 AFP통신에 “(상긴 철수는) 아프간에서 영국군의 패배가 시작됐음을 보여준다, 우리가 그들을 무찔렀다”면서 “그 지역을 넘겨받는 미군은 영국군과 똑같은 운명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