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소보 총리는 장기밀매 마피아 두목”

2010.12.15 21:18
이지선 기자

영국 언론, 유럽평의회 보고서 공개

코소보 독립 지지 서방 입장도 곤혹

하심 타치 코소보 총리가 1990년대 말 전쟁 이후 코소보해방군(KLA)이 주도한 마피아 형태의 무기, 마약, 장기 밀매 등의 조직범죄를 이끌었다는 유럽평의회 보고서 내용이 15일 일부 공개됐다.

하심 타치 총리

하심 타치 총리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세르비아로부터 코소보의 분리, 독립을 지지하면서 내세웠던 타치 총리(당시 KLA 지도자)가 사실상 범죄조직의 수장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서방의 도덕성이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타치 총리는 지난 12일 총선에서 원내 제1당이 된 코소보민주당의 대표이기도 하다.

영국 BBC방송과 가디언 신문이 입수해 소개한 55쪽의 보고서에 따르면 타치와 그가 이끄는 ‘드레니차그룹(KLA 내부 이너서클)’의 조직원 4명이 코소보의 조직범죄 세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온 세력”으로 지목됐다.

이들은 1999년 코소보 전쟁 뒤 알바니아 북부의 장기 암시장에 내다팔기 위해 세르비아 포로들을 살해한 것으로 보고서는 적시하고 있다. 실명이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KLA의 운전사와 경호원 등의 증언에 따르면 이들은 포로들을 푸셰 크루제와 리페와 같은 작은 마을로 데려간 뒤 혈액검사를 통해 장기가 이식수술에 적절한지를 테스트했다. KLA 요원들은 포로들을 죽인 뒤 곧바로 지역 병원으로 옮겨 장기를 적출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보고서는 그러나 정확한 피해자의 숫자는 적시하지 않았다.

당시 장기밀매에 가담했던 메디큐스 병원은 최근까지 장기밀매를 해오다가 2008년 경찰 수사에 적발돼 보고서와는 별도로 이날 코소보 수도인 프리슈티나 법원에서 재판이 시작될 예정이라고 가디언이 전했다.

유럽연합(EU)의 조나단 라텔 검사는 이들이 또 카자흐스탄과 터키 등지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장기를 주면 돈을 주겠다고 속여 프리슈티나로 데려온 뒤 캐나다·독일·이스라엘 등의 부자들에게 9만유로(약 1억3800만원)를 받고 장기 이식수술을 해왔다고 밝혔다.

강제력은 없지만 보고서가 평의회에 의해 채택될 경우 타치 정권은 물론 코소보 독립 당시 게릴라전을 주도했던 KLA를 민주화를 명분으로 지지했던 서방의 입장이 곤혹스러워질 것으로 보인다. 나토가 세르비아의 인종청소를 빌미로 베오그라드에 장기간 폭격을 가하면서 후원한 코소보 독립이 결과적으로 또 다른 반인도적 범죄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코소보 내 세르비아계는 코소보 독립 뒤 소수민족으로 전락해 알바니아계 주민들의 폭력에 시달려왔다.

알바니아어로 뱀이라는 뜻의 ‘자르표리’라 불리며 KLA를 이끌었던 타치는 당초 헤로인 카르텔의 두목 출신으로 알려졌다. 미국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은 1999년 보고서에서 종전을 전후해 KLA의 마약범죄와 코소보 내 잔혹행위 가능성을 지적하면서도 발칸지역 내 미국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이들을 활용해야 한다는 정책권고를 한 바 있다.

코소보 정부는 보고서를 “근거 없는 중상모략”이라며 “법적, 정치적 수단을 포함해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2년 동안 조사를 담당했던 유럽평의회 법률·인권 담당 조사관인 딕 마르티는 그러나 “전후 처벌되지 않고 지나왔지만, 여전히 제기되고 있는 범죄 주장에 대해 진실을 파헤치려는 시도였다”고 말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