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베르토 에코 “재정위기 유럽, 회의론 불구 통합해야”

2012.01.29 22:14

문화 정체성 강조

이탈리아 소설가·기호학자 움베르토 에코(80·사진)는 “유럽연합(EU) 창시자들은 전쟁을 막기 위해 유럽 통합을 추진했다”며 “유럽 사람들은 이제 전쟁이 아닌 문화를 통해 더욱 심오한 정체성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27일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다.

그는 “현재 유럽 각국의 재정위기로 유로존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지만, 유럽 통합은 거스를 수 없는 역사의 흐름”이라고 강조했다.

움베르토 에코 “재정위기 유럽, 회의론 불구 통합해야”

에코는 “유럽인이라는 정체성을 강화하는 건 전쟁이 아니라 문화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 사람과 이탈리아 사람, 독일 사람, 스페인 사람, 영국 사람은 서로를 죽이는 데 수 세기를 보냈다”며 “하지만 지금은 누구도 유럽 평화가 60년 이상 이어져온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코는 “미국이 단합을 위해 내전이 필요했다면, 유럽은 문화와 시장이 유럽인들을 결속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유럽인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EU 시민들에게 광범위하게 퍼져있지만 인식의 깊이는 얕다고 진단했다. 프랑스인, 영국인, 독일인의 정체성을 버리고 초국가적인 ‘유럽’의 시민이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그는 밝혔다. 2005년 프랑스와 네덜란드 국민투표에서 유럽헌법 비준안이 부결된 경우를 사례로 들었다.

그러나 에코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뉴욕 사이에 아무 차이가 없는 것처럼 리스본(포르투갈)과 바르샤바(폴란드) 사이에도 차이가 없다”며 유로존 위기에도 유럽의 통합은 계속 추진될 것으로 전망했다. 에코는 ‘유럽 정체성을 심화하기 위해 유로화 디자인을 바꾼다면 화폐 인물로 누가 좋겠느냐’는 질문에 “유럽인들을 갈라놓았던 정치인이나 지도자는 적합하지 않다”며 “단테(이탈리아 시인), 셰익스피어(영국 극작가 겸 시인), 발자크(프랑스 소설가)처럼 우리를 하나로 묶었던 문화인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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