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공 탐지기를 폭탄 탐지기로 속여 이라크에 납품

2013.04.24 21:22 입력 2013.04.24 22:35 수정

영국 사업가 유죄판결… 재건사업의 ‘현주소’ 비난

이라크, 조지아(옛 그루지야) 등에 가짜 폭탄 감지기를 판매해온 영국 사업가가 사기죄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영국 런던 법원이 23일 효과 없는 폭탄 감지기를 만들어 판 제임스 매코믹(56)이라는 사업가에게 사기죄로 유죄판결을 내렸다. BBC방송 보도에 따르면 이 가짜 폭탄 감지기는 원래 골프공을 찾아내는 데 쓰는 것으로, 15파운드(약 2만2400원)에 불과하다. 매코믹은 이 장치가 “모든 형태의 은폐물을 건너뛰어 상아부터 100달러 지폐까지 광범위한 물체를 탐지할 수 있고 수중에서도 작동하며 땅속 1㎞까지도 추적할 수 있다”면서 한 대에 1만파운드 이상을 받고 이라크에 팔았다. 이 장비는 지금도 이라크의 일부 검문소에서 쓰이고 있다.

검찰은 재판에서 “이 장치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걸 매코믹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 사실을 이라크 측도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BBC는 “이라크의 고위 관료들은 이 장치가 가짜라는 걸 알면서도 뇌물을 받고 구매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라크는 2008~2010년 5000만파운드(약 900억원)를 들여 이 장치를 6000대 이상 구매했다. 사기와 낭비로 점철된 이라크 재건사업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라크 재건사업에는 향후 5년간 2750억달러(약 310조원)가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의회 건물을 짓는 데에만 10억달러를 들이기로 하는 등 국민생활과는 거리가 먼 낭비적인 사업이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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