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동부 ‘분노의 독립기념일’ 정부군 포로 조롱하는 거리행진

2014.08.25 21:48 입력 2014.08.25 22:30 수정

유혈충돌로 민간인 2152명 사망… 시민들 “살인자” 욕설

우크라이나 독립 23주년 기념일인 24일, 수도 키예프에서는 1500여명의 성대한 군사 퍼레이드가 열렸다. 하지만 친러시아 반군 거점인 동부 도시 도네츠크의 풍경은 달랐다. 이날 반군은 포로로 잡고 있던 정부군 수십명을 거리로 끌고 나왔다. 이들은 머리를 짧게 깎인 채 더러운 군복이나 낡은 평상복을 입고 슬리퍼를 신은 차림이었다. 손은 모두 뒤로 묶여 있었다. 포로들은 고개를 푹 숙이고 세명씩 줄을 맞춰 끌려다녔다. 반군은 총을 겨누고 이들을 감시했다.

도네츠크 시민 수백명이 포로들을 구경하러 몰려들었다. 시민들은 “나쁜 놈들!” “살인자!”라며 욕설을 쏟아냈다. 한 여성은 “저놈들을 쏴죽여라!”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몇몇 사람들은 계란과 토마토, 빈 맥주병 등을 던졌다. 포로들은 얼굴을 찌푸렸지만 숙인 고개를 들지 않고 묵묵히 걷기만 했다. 행렬의 맨 뒤에는 살수차가 뒤따랐다. 포로들 때문에 더러워진 거리를 청소한다며, 이들을 한 차례 더 조롱하기 위해서였다. 포로들을 지켜보던 간호사 토냐 코랄로바(46)는 뉴욕타임스에 “저들은 우리 도시를 공격한 파시스트다”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분노의 독립기념일’ 정부군 포로 조롱하는 거리행진

이날의 행진은 동부 주민들의 정부에 대한 적대감이 커질 대로 커졌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과거 러시아 영토였던 우크라이나 동부는 원래 친러 성향이 강하며, 반러-친유럽을 기치로 내걸고 정권을 잡은 현 정부에 대한 반감이 크다. 지난 2월 빅토르 야누코비치의 친러 정부가 쫓겨나고 크림반도가 러시아로 병합된 뒤, 동부의 분리진영은 우크라이나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하기까지 했다. 지난 6월 들어선 페트로 포로셴코 정부는 동부 주민들을 다독이는 대신, 분리주의 반군을 진압하기 위해 동부지역을 무차별 공격했다. 이로 인한 동부 주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고, 이는 정부군을 ‘포로’로 끌고 다니며 조롱하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졌다.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 피격 사건이나 러시아와 서방 간 정치다툼에 세계의 시선이 쏠려 있는 사이, 우크라이나 동부 유혈 충돌로 사망한 사람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으로 사망한 사람보다 많다. 지난 21일까지 이 지역 민간인 사망자는 모두 2152명이다. 지난 4월 중순 정부군과 반군의 충돌이 시작된 이후 하루에 60여명씩 숨진 셈이다. 러시아로 떠난 우크라이나 출신 난민은 최소 18만8000명에서 최고 73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6일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첫 정상회담을 열고 해결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하지만 25일까지도 정부군과 반군의 교전이 계속돼, 회담이 성과를 거둘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AFP통신과 로이터통신은 이날 러시아 탱크와 무장한 군용차량들이 국경을 넘어 마리우폴 인근에서 정부군과 교전을 벌였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즉각 이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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