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논란의 ‘홀로코스트법’ 완화…미국 때문?

2018.06.28 15:48

이스라엘 청년들이 2013년 10월2일(현지시간) 폴란드 트레블링카의 유대인 추모시설 안을 걷고 있다. 트레블링카의 나치 수용소에서는 1941~1944년 90만명에 달하는 유대인이 죽임을 당했다. 트레블링카|AP연합뉴스

이스라엘 청년들이 2013년 10월2일(현지시간) 폴란드 트레블링카의 유대인 추모시설 안을 걷고 있다. 트레블링카의 나치 수용소에서는 1941~1944년 90만명에 달하는 유대인이 죽임을 당했다. 트레블링카|AP연합뉴스

이른바 ‘홀로코스트 법’을 통해 역사 왜곡 논란을 불러일으킨 폴란드가 한 발 물러났다. 안드레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폴란드가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가담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에 대해 최고 3년의 징역형을 내리도록 한 법안 중 징역형 조항을 삭제한 개정안에 서명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지난 1월 제정된 폴란드 홀로코스트 법은 폴란드·폴란드인이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에 가담했다고 주장하거나 나치 독일의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를 ‘폴란드 죽음의 수용소’ 등의 문구를 사용하는 것을 범죄로 규정했다. 유죄가 인정될 경우 최고 3년형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폴란드 정부는 유대인 학살에 일부 폴란드인이 일조한 사실을 일관되게 부정해왔다.

이스라엘은 폴란드가 역사를 왜곡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미국 등 국제사회 또한 이 법이 일부 폴란드인이 나치에 부역한 역사적 사실을 말하지 못하게 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비판했다.

개정안에는 형사처벌 내용이 빠졌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이를 두고 ‘정정(Correction)’이라고 표현하면서도 이 법이 2차 세계대전 중 폴란드의 역할에 대한 국제 인식을 높였다고 자평했다.

[관련뉴스]▶폴란드-이스라엘 '홀로코스트 갈등'개정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이날 오전 모라비에츠키 총리가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오후 상하원 모두 통과했다. 곧바로 두다 대통령이 서명했다.

폴란드의 갑작스러운 ‘태세 전환’ 뒤에는 미국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폴란드는 러시아의 군사 위협에 맞서 미국과 안보 관계 강화를 추진해왔는데, 이 법이 장애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폴란드는 또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는 개혁 추진으로 유럽연합(EU) 안에서 수세에 몰린 상태다. 폴란드가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법 개정을 서두른 것으로 풀이된다. 익명을 요구한 집권당 법과정의당(PiS) 소속의 한 의원도 “국제사회, 특히 미국이 영향을 미쳤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이스라엘은 폴란드의 법 개정 소식을 환영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우리는 홀로코스트에 대한 역사적 진실을 지킬 우리의 임무를 완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갈등의 불씨는 남아있다. 징역형 조항을 삭제했을 뿐, 민사소송과 벌금의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기 때문이다. 모라비에츠키 총리 또한 “이 법의 목적은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진실을 위해 싸우기 위한 것이었으며 지금도 그러하다”고 말했다. 홀로코스트와 관련해 잘못된 보도를 하는 외신들이 1억달러 또는 유로의 벌금에 직면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폴란드를 점령한 나치 독일은 대규모 유대인 수용소를 운영했다. 이곳에서 유대인 30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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