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여권은 차별일까 …유럽 곳곳 대규모 시위

2021.08.02 16:55 입력 2021.08.03 01:31 수정

백신 여권 도입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7월3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시위에서 행진하고 있다. 이날 시위에는 1만명 넘는 시민들이 참여했다. 파리|AP연합뉴스

백신 여권 도입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7월3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시위에서 행진하고 있다. 이날 시위에는 1만명 넘는 시민들이 참여했다. 파리|AP연합뉴스

백신을 접종한 사람만 공공장소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백신 여권’은 차별일까.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등지에서 대규모 백신 여권 반대시위를 벌이고 있는 시민들은 그렇다고 주장한다.

프랑스에서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코로나19 백신 접종 사실을 증명하는 보건 증명서 도입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3주 연속 벌어졌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파리에서만 1만4000명, 전국에서 20만명이 시위에 참여했다. 지난달 17일 열린 첫 시위에는 프랑스 전역에서 11만명이 참여했다. 2주 사이에 반대시위 규모가 두 배 커졌다.

프랑스에서는 지난달 21일부터 영화관, 박물관, 체육관 등 50명 이상 모이는 문화·여가 시설을 이용하려면 백신 증명서를 제시해야 한다. 오는 9일부터는 식당, 카페나 장거리를 이용하는 버스, 기차, 항공편 이용에도 백신 여권이 필요하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증한 것에 따른 조치다. 장 카스텍스 프랑스 총리는 지난달 21일 4차 대유행이 임박했다고 선포하며 신규 감염자의 96%가 백신 미접종자라고 밝혔다. 프랑스의 백신 접종률은 52%이다.

시민들은 ‘자유’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나왔다. 교사이며 안느라고만 밝힌 파리의 한 시위 참가자는 “우리는 분리된 사회를 만들고 있다. 인권의 나라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가디언에 전했다. 마르세유에서 바를 운영하는 로베르트 파리나는 “이건 독재다”라며 “나는 차라리 벌금을 내겠다”고 폴리티코에 말했다.

이탈리아판 백신 여권인 ‘그린 패스’ 반대 시위에는 노란색 다비드의 별 문양도 등장했다. 2차대전 당시 나치가 유대인에게 강제로 달도록 한 문양이다. 문양을 달고 시위에 참여한 베로나의 한 시민은 “(백신여권 도입으로)우리는 공공시설에 들어갈 수 있는 1등 시민과 그렇지 못한 2등 시민을 나뉘게 됐다. 아파르트헤이트와 홀로코스트로 이어지는 움직임”이라고 AP통신에 말했다. 하지만 홀로코스트 생존자이자 이탈리아 종신 상원의원인 릴리아나 세그레(90)는 이런 비유에 대해 “광기와 무지의 산물”이라고 개탄했다고 AP는 전했다.

독일 베를린에서도 지난 1일 수천 명이 시위를 벌이다 600명을 연행됐다고 APF통신이 전했다. 독일 당국은 코로나19 허위 정보를 퍼뜨리는 ‘크베어뎅커(querdenker)’란 단체가 시위를 조직했다고 보고 있다.

유럽의 백신 여권 반대 움직임은 다수 의견은 아니라는 게 현지 언론의 주된 분석이다. 폴리티코는 “프랑스 남부 도시는 높은 빈곤율과 국가에 대한 저항적인 전통, 말라리아 치료제로 코로나19를 치료할 수 있다는 주장의 영향으로 불만의 온상지가 됐다”면서도 “프랑스의 대다수 여론은 백신 여권을 포함 방역 강화 조치를 지지한다”고 전했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정부도 물러서지 않을 방침이다. 독일의 국가윤리위원회는 지난 2월 백신접종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정책에 대해 논의 끝에 “백신 접종을 독려하기 위해 상대적 이득을 주는 것이라면 괜찮다”고 결론내렸다.

그렇다고 백신 여권 반대 목소리를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탈리아 언론인 아드리아나 우르바노는 현지매체 더 로컬에 칼럼을 기고해 “백신 여권은 봉쇄를 다시 하지 않고 이탈리아를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절실히 필요한 타협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백신은 특권이 아닌 권리가 되어야 한다며 외국인을 포함해 모든 사람이 백신 접종을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백신 여권보다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