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는 학살 주동자”?…러, 또 침공 명분 쌓기

2022.02.20 21:55 입력 2022.02.20 22:01 수정

‘러시아 주민 보호’ 여론전

공격 정당화 기반 다지기

8년 전 크림반도와 닮은꼴

“지금 우크라이나는 돈바스 지역에서 집단학살(genocide)을 저지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후 러시아 하원(국가두마) 의장도 지난 18일 우크라이나군이 돈바스 지역에서 민간인을 상대로 학살을 저질러왔음을 서방이 은폐하려 한다는 글을 올리는 등 ‘집단학살’ 발언은 러시아 고위관리들과 관영매체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 강제합병 때도 “우크라이나에 의한 집단학살”을 명분으로 내세운 바 있다. 당시 러시아가 퍼뜨렸던 ‘슬라뱐스크 소년’ 가짜뉴스가 대표적이다. 우크라이나군이 친러 무장세력으로부터 동부 지역 슬라뱐스크를 탈환한 뒤 3살짜리 소년을 어머니 앞에서 공개 처형하는 등 러시아어를 구사하는 주민들을 상대로 잔학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포린폴리시에 따르면 해당 보도는 러시아인들의 분노를 자극해 우크라이나 공격을 정당화하는 기반이 됐다.

뉴욕타임스는 19일 집단학살이라는 표현은 “적대적인 서방세력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러시아는 옛 소련 지역 러시아 주민들을 보호하는 정당한 보호자라는 모스크바의 믿음을 반영한 것”이라며 “이 같은 관점에서 보면 러시아의 영향권에서 이탈하려는 모든 시도는 러시아 민족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된다”고 지적했다.

집단학살 주장은 소련 붕괴 후 독립한 국가에서 집권 세력이 집권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사용되기도 했다. 2004년 탈러시아 성격의 오렌지 혁명 이후 집권한 빅토르 유셴코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930년대 스탈린 정권하에 200만명이 넘는 우크라이나인들이 아사한 사건을 ‘집단학살’ 범죄로 규정하자고 호소해 정치적 기반을 다졌다.

우크라이나가 집단학살을 저지르고 있다는 러시아 정부의 여론전에 대한 러시아인들의 반응이 크림반도 병합 때처럼 뜨거울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12월 러시아 여론조사기관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 반감을 갖고 있다’는 응답은 43%로 나타났다. 2014년 11월 조사에서 응답자의 60%가 우크라이나에 반감을 갖고 있다고 답한 것에 비해 크게 줄었다. 반면 ‘우크라이나에 호감을 갖고 있다’는 응답은 7년 전보다 16%포인트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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