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반군이 주민 대피령…러 ‘가짜 깃발 작전’ 본격 펼치나

2022.02.20 21:55 입력 2022.02.20 23:16 수정

러 “돈바스 난민 4만명 수용”…벨라루스와 합동훈련도 연장

반군 ‘스파이 체포’ 주장…서방 “러 개입 위한 자작극” 우려

푸틴, 우크라 대통령 만남 제안 응답 않고 핵전력 훈련 참관

<b>도네츠크 주민 ‘눈물의 작별’</b>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에서 러시아로 대피하는 딸이 우크라이나에 남게 된 아버지와 버스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친러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는 우크라이나군과의 충돌 위기가 커지자 여성, 어린이, 노약자를 러시아로 대피시키고 18~55세 남성에게는 총동원령을 내렸다. 도네츠크 | 로이터연합뉴스

도네츠크 주민 ‘눈물의 작별’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에서 러시아로 대피하는 딸이 우크라이나에 남게 된 아버지와 버스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친러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는 우크라이나군과의 충돌 위기가 커지자 여성, 어린이, 노약자를 러시아로 대피시키고 18~55세 남성에게는 총동원령을 내렸다. 도네츠크 | 로이터연합뉴스

친러시아 성향 분리주의 반군세력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루간스크주(돈바스) 지역에서 정전협정(민스크협정) 위반 사례가 연일 올해 최고치를 경신하고, 반군이 주민대피령과 군동원령을 내리는 등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러시아가 이 지역 무력충돌의 책임을 우크라이나 정부에 돌리며 침공 구실로 삼으려는 이른바 ‘가짜 깃발 작전’이 본격화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핵전력 훈련을 직접 참관하며 무력시위에 나섰다.

로이터통신은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에서 19일(현지시간) 약 2000건의 민스크협정 위반 사례가 보고됐다고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감시단 관계자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날 교전으로 우크라이나 정부 관할지역에서 민간인 1명이 숨지고 우크라이나 정부군에서도 사망자가 2명 발생했다. 20일에는 루간스크주에서 민간인 2명이 정부군 공격으로 사망했다고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이 보도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쏜 2발의 포가 우크라이나 접경에서 약 1㎞ 떨어진 자국 영토 로스토프에 떨어졌다고 밝혔다.

도네츠크주 반군은 이날 우크라이나 정부군 스파이를 붙잡았다면서 돈바스를 무력 점령할 목적으로 이 지역 러시아어 사용 주민들을 숙청하는 일명 ‘5일작전’을 사전에 저지했다고 주장했다. 돈바스 지역 반군 지도자들은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이 임박했다며 전날 여성과 아동들에게 러시아로 대피할 것을 명령한 데 이어 이날은 군동원령을 내렸다. 러시아 비상사태부는 로스토프주로 약 4만명의 돈바스 지역 난민들을 받아들였다고 20일 밝혔다.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우크라이나 침공 명분을 만들려는 러시아의 자작극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대응하는 과정에서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하면 곧바로 러시아의 군사개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헬가 슈미트 OSCE 사무총장은 지난 18일 공동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곧 군사행동을 취할 것이라는 잘못된 정보가 퍼지고 있는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 크렘린궁 상황실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함께 핵전력 훈련 등을 포함한 양국 합동군사훈련을 지켜봤다. 크렘린궁은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을 포함해 여러 미사일을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밝혔다. 무력을 과시해 서방에 우크라이나 위기에 개입하지 말라는 경고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AFP통신에 따르면, 벨라루스 국방부는 20일 성명을 내고 우크라이나 접경의 긴장이 고조됐다면서 이날 끝내기로 했던 합동군사훈련을 계속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벨라루스에 파견한 병력이 훈련을 마치면 기지로 복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폭격이 시작되면 서방의 제재는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러시아에 당장 제재를 가하라고 서방 국가들을 압박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푸틴 대통령에게 직접 만남을 제안했으나 러시아 측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한편 돈바스 지역에서 포격이 이어짐에 따라 한국 외교부도 현지 교민에게 철수를 긴급공지했다. 20일 이후 추가로 교민 40여명이 출국할 예정이다. 전날 오후 6시 기준으로 우크라이나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은 68명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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