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헤르손서 언론인·전쟁포로 600여명 고문 자행”

2022.06.08 21:55

외신 “전기 고문·성폭행·즉결 처형” 주민 증언 잇단 보도

체포 우려 휴대전화 사진 자진 삭제…범죄 증거보전 난망

러 정부, 고문 의혹에 침묵한 채 ‘헤르손 병합’ 본격 움직임

파괴된 러시아 장갑차에 새겨진 ‘평화의 새’ 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서쪽 드미트리우카에 버려진 파괴된 러시아 장갑차에 ‘C215’로 불리는 프랑스의 거리 예술가 크리스티앙 게미의 작품인 날아가는 새가 그려져 있다. 드미트리우카 | EPA연합뉴스

파괴된 러시아 장갑차에 새겨진 ‘평화의 새’ 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서쪽 드미트리우카에 버려진 파괴된 러시아 장갑차에 ‘C215’로 불리는 프랑스의 거리 예술가 크리스티앙 게미의 작품인 날아가는 새가 그려져 있다. 드미트리우카 | EPA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헤르손을 점령한 러시아군이 주민 600여명을 감금한 채 고문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지역에선 최근 러시아군이 전기와 인두를 이용한 고문과 성폭행, 즉결 처형 등을 자행하고 있다는 증언이 나온 바 있다. 러시아 정부는 의혹에 입을 닫은 채 이 지역의 병합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가디언 등에 따르면 타밀라 타체바 우크라이나 크름반도(크림반도) 상임대표는 7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우리 정보에 따르면 약 600명의 사람들이 특수장비를 갖춘 헤르손 지역의 지하실과 다른 지역의 고문실 등에 감금돼 있다”며 “이들은 비인간적인 환경에 놓인 고문의 희생자들”이라고 말했다.

헤르손은 우크라이나의 전략적 요충지로 러시아군이 지난 4월 점령했다. 타체바 대표가 언급한 피해자들 중 300여명은 현재 헤르손에 있으며 일부는 크름반도나 세바스토폴의 교도소 등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구금된 이들에 대해 “주로 헤르손과 그 지역에서 친우크라이나 집회를 조직한 언론인과 시민단체 활동가, 전쟁포로”라고 설명했다.

헤르손에서는 앞서 고문과 관련된 다수의 증언이 나온 바 있다. 러시아군은 이 지역에 있던 반러시아 성향 주민들을 데려가 머리에 주머니를 씌우고 구타하며, 흉기로 베거나 전기로 고문하는 만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의 한 의사는 최근 BBC와 인터뷰하면서 “성기 화상, 성폭행 당한 뒤 머리에 총상을 입은 소녀, 등과 배에 인두로 지진 화상 등이 가장 심한 사례”며 “한 환자는 사타구니에 자동차 배터리 전선 두 개를 부착한 채 젖은 천 위에 서 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 관계자는 BBC가 확인한 고문 사례가 자신들이 들은 증언과도 일치한다며 러시아군이 점령 지역 민간인에 대한 학대 행위를 계속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전쟁 범죄에 대한 증거를 보전할 필요가 있지만, 러시아군의 점령이 길어지면서 증거 보전이 힘든 상황이다. 헤르손을 탈출하려는 주민들은 검문소에서 억류될 것을 우려해 휴대전화에서 사진과 동영상을 전부 삭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에서의 고문 의혹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앞서 부차에서의 학살 의혹을 두고도 “분명한 가짜”라고 부인한 바 있다.

러시아는 헤르손 지역에 대한 병합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헤르손주 민·군 합동정부의 키릴 스트레모우소프 부국장은 이날 “(헤르손 지역) 당국은 크름반도의 전례를 따르기로 결정할 것이라 본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2014년 3월 무력을 동원해 크름반도를 급습한 뒤 강제병합한 바 있다. 민·군 합동정부 측은 최근 헤르손에서 러시아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는 센터도 늘릴 것이라 예고한 바 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