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외국 지원 받는 반정부 ‘해외요원’ 감시 강화할 듯

2022.06.08 21:55

의회, 대상 넓힌 입법에 속도

법원 결정 없이 사이트 차단

반대 여론 탄압 정당화 우려

러시아 의회가 ‘해외요원’ 지정 범위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해외요원이란 외국의 지원을 받아 정치적 활동에 참여하는 개인이나 조직을 지칭하는 것으로,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향후 러시아 정부의 감시 대상이 대폭 늘어나고 반정부 여론 탄압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하원인 국가두마는 7일(현지시간) 1차 독회에서 재정 지원을 포함해 해외로부터 어떤 형태의 지원이라도 받은 사람을 ‘해외요원’으로 지정할 수 있는 법안을 승인했다. 국가두마가 이날 찬성 346표, 반대 17표의 압도적 표차로 법안을 승인했기 때문에 무난히 최종 법제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새 법안은 외국으로부터 지원받은 이들은 물론 이들의 조력자와 친척들도 해외요원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해외요원으로 지정되면 6개월마다 러시아 정부에 재무제표와 활동보고서를 제출하고 매년 감사를 받아야 한다. 소셜미디어를 포함해 해외요원이 작성한 모든 게시물에는 해외요원이 작성했다는 것을 표시하는 경고문도 달린다.

새 법안에는 법원 결정이 없더라도 법무부 요청에 따라 언론 감시기관인 로스콤나드조르에 해외요원이 운영하는 웹사이트를 차단할 수 있도록 권리를 부여하는 내용도 담겼다.

새 법안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이 잇따라 부과한 제재로 러시아에서 서방에 대한 적개심과 불신이 높아진 상황을 반영한다고 로이터통신은 지적했다. 영국 주재 대사를 지낸 법안 발의자 안드레이 루고보이 의원은 이날 연설을 통해 여러 러시아 공인들이 영국에서 러시아를 파괴하기 위한 ‘특별한 훈련’을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이들이 어떤 임무를 부여받았는지 자세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법제화가 완료되면 러시아 정부의 감시 대상이 대폭 늘어나는 등 정부의 전방위 반대 여론 탄압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악용될 것으로 우려된다.

러시아 정부는 이미 기존 해외요원법으로 각종 비정부기구와 언론, 기자 개인까지 제재 대상으로 묶어놨다. 지난해 말 러시아 정부가 공개한 해외요원 명단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정부를 비판해 온 여성 펑크밴드 ‘푸시 라이엇’ 멤버 나데즈다 톨로코니코바, 대표적인 야권 정치인 알렉세이 나발니가 운영하는 반부패 재단을 변호한 인권변호사 이반 파블로프, 언론인이자 풍자가인 빅토르 센데로비치 등이 포함됐다. 이후 독일의 국영 국제방송 도이체벨레, 독립뉴스 사이트 미디어조나 등도 해외요원 명단에 추가됐다. 2020년 말 기준 17명이었던 해외요원은 현재 법인 포함 166명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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