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즈버러 참사 후 34년만의 사과…英 경찰 “우리의 실패가 비극의 원인”

2023.02.01 15:57 입력 2023.02.01 16:11 수정

2016년 4월27일 영국 리버풀 세인트조지홀 앞에서 힐즈버러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2016년 4월27일 영국 리버풀 세인트조지홀 앞에서 힐즈버러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영국 경찰이 영국 최악의 인명 사고로 꼽히는 힐즈버러 참사 발생 34년 만에 희생자들과 가족들에게 사과하며 경찰의 윤리 규정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경찰청장협의회(NPCC)와 경찰협회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공동 입장문을 내고 “경찰의 실패가 비극의 주요 요인”이라며 이후 유족들이 겪은 고통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이번 경찰의 입장 표명은 2017년 영국 정부의 의뢰로 참사에 대한 독립 조사 보고서가 발표된 후 보고서에 대한 정부기관의 첫 공식 답변이다. 제임스 존스 전 리버풀 주교가 작성한 당시 보고서는 정부를 향해 25가지 권고 사항을 제시했고, 경찰에 대해서도 조직문화 혁신을 촉구했다.

두 단체는 이날 발표한 50쪽 분량의 입장문에서 경찰의 윤리 규정을 재검토할 것이며, ‘진실을 말할 의무’가 핵심 주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보고서의 권고 사항을 바탕으로 한 힐즈버러법 제정 요구에 관해서는 의회의 소관이라고 선을 그었다.

마틴 휴잇 NPCC 의장은 “법적 절차 때문에 대응을 빨리 할 수 없었다”면서도 경찰의 사과가 늦어질수록 유족들의 고통이 커진 점을 인정했다.

힐즈버러 참사는 1989년 4월15일 영국 셰필드의 힐즈버러 축구 경기장에서 97명이 압사하고 760명 넘게 다친 사건이다. 이날 경기장에선 리버풀FC와 노팅엄포리스트FC의 준결승전이 열렸고, 수용 인원을 훨씬 넘어선 관중이 경기장에 몰려 들었다. 그런데도 경찰은 관중을 통제하기는커녕 일부 문을 더 개방했고, 수천명의 관중이 밀려 들며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경기는 결국 6분 만에 중단됐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인명 피해가 발생한 뒤였다. 사망자 중 다수는 10대(38명)와 20대(40명) 등 젊은층이었다.

경찰은 참사 후 수년간 일부 술 취한 훌리건들의 난동으로 참사가 벌어졌다며 책임을 돌렸다. 사고 발생 넉 달 뒤인 1989년 8월 로드 테일러 판사가 이끄는 조사위원회가 발표한 이른바 ‘테일러 보고서’는 참사 원인을 경찰 통제의 실패라고 지적했지만, 이와 관련해 어떤 경찰관도 징계를 받거나 유죄 판결을 받지 않았다.

유족들은 사건을 진상을 밝히기 위한 긴 싸움을 시작했고, 끈질긴 노력 끝에 사건 발생 23년 만인 2012년 조사에서 경찰의 잘못이 확인됐다. 45만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보고서는 경찰과 구조 당국이 조직적으로 사고 책임을 축구팬들에게 돌렸고, 경찰에 불리한 진술을 조작하거나 삭제한 사실을 확인했다. 보고서는 또 충분한 구조 노력을 했다면 최소 41명은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고 밝혔다.

결국 법원은 2016년 힐즈버러 참사의 책임이 경찰에 있다고 판결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당시 총리가 참사에 대해 공식 사과하면서 참사 발생 27년 만에 희생자들의 명예가 회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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