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500억유로(약 72조원) 규모 우크라이나 지원안에 마침내 합의했다. EU는 ‘친러’ 회원국 헝가리의 반대로 우크라이나 지원에 난항을 겪어왔으나, 헝가리가 막판 협상에서 반대 입장을 철회한 것으로 보인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특별정상회의 직후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27개 회원국 지도자 모두 EU 예산 내에서 우크라이나에 500억유로를 추가 지원하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EU의 지원에는 회원국의 만장일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이날 합의는 EU 주요 회원국 정상들이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별도 협상을 벌인 뒤 이뤄졌다.

헝가리는 EU 및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이면서도 대러 제재 및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에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해왔다. 극우 민족주의 성향의 오르반 총리는 과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롤모델’이라고 했을 정도로 친러 성향으로 분류된다.

오르반 총리가 지난해 12월 EU 정상회의를 앞두고 우크라이나 지원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EU 집행위원회는 정상회의 하루 전날 헝가리에 배정됐던 EU 자금의 동결을 해제해 헝가리의 ‘어깃장’을 달래기 위한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그러나 오르반 총리는 정상회의에서 나홀로 반대표를 행사해 EU의 우크라이나 지원안을 무산시켰다. 아울러 2월 정상회의에서도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에 EU는 헝가리의 거듭된 비토를 막기 위한 작업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는 EU 회원국들이 헝가리가 또다시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EU의 재정 지원을 중단하는 등 경제 보복을 가하는 계획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는 즉각 환영 입장을 밝혔다. 미국 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안이 공화당 반대로 여전히 의회에 묶여 있는 상황에서 현금 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EU의 지원을 여러 차례 호소해왔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오늘 유럽은 독립적이고 중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힘과 능력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고 환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