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처럼 될라”···조지아 ‘외국 대리인법’ 대규모 반대 시위

2024.04.29 14:56 입력 2024.04.29 16:25 수정

집권당 추진 ‘외국 대리인법’ 갈등 재점화

“언론·시민사회 재갈 물리기” 대규모 시위

29일(현지시간)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 의사당 앞에서 집권당이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외국 대리인법’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 의사당 앞에서 집권당이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외국 대리인법’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조지아 집권 여당이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외국 대리인(foreign agents)법’에 반대하는 시위가 연일 격화되고 있다. 러시아가 언론 및 시민사회에 재갈을 물리기 위해 제정한 법과 ‘닮은 꼴’이란 평가를 받고 있는 이 법안을 두고 “러시아식 악법을 철회하라”는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28일(현지시간)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에선 집권당인 ‘조지아의 꿈’이 추진하고 있는 외국 대리인 법안의 철회를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의사당이 위치한 루스타벨리 거리에서 열린 시위에는 수만여명이 참여했고, 이들은 “유럽엔 찬성, 러시아 법엔 반대”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거리를 봉쇄하며 진압 경찰과 대치했다.

이 법안은 언론과 비정부기구(NGO)가 전체 예산의 20% 이상을 해외에서 지원받는 경우 ‘외국 대리인’으로 정부에 등록하도록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집권 여당은 ‘외국으로부터 불온한 사상 전파 제한’ ‘시민사회 투명성 증진’ 등을 입법 이유로 내걸었다.

이 법안은 러시아가 2012년 제정하고 2022년 강화한 ‘외국 대리인법’을 모델을 하고 있다. 러시아에서 외국 대리인법은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 및 시민사회를 탄압하는 수단으로 악용돼 왔다. 법안에 반대하는 조지아 시민들이 이를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러시아식 악법’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앞서 조지아 의회는 야당의 보이콧에도 지난 17일 1차 독회를 열어 이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이 1차 관문을 넘으면서 이에 반대하는 시위가 일주일 넘게 이어졌고, 시위 규모는 30일 예정된 2차 독회를 앞두고 나날이 확대되고 있다.

경찰이 집회 현장에 물대포와 최루탄을 배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위 현장엔 긴장감도 감돌고 있다. 시위에 참여한 니카 슈르가이아는 로이터통신에 “이 나라를 위해 많은 일을 해온 수백 개의 NGO가 ‘외국 세력’이란 낙인이 찍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28일(현지시간)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 의사당 건물 앞에서 열린 시위에서 참가자들이 대형 유럽연합(EU) 깃발을 펼쳐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8일(현지시간)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 의사당 건물 앞에서 열린 시위에서 참가자들이 대형 유럽연합(EU) 깃발을 펼쳐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법안이 확정되려면 세 차례 독회 표결을 통과해야 한다. 이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여당이 76표만 모은다면 이 거부권 역시 무력화시킬 수 있다. 무소속 출신인 살로메 주라비쉬빌리 조지아 대통령은 이미 법안에 반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친러 성향으로 분류되는 ‘조지아의 꿈’은 전체 의석 150석 중 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법안에 반대하는 야당 의원이 여당 대표에게 주먹질을 하면서 여야 의원들 간 집단 난투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야당 및 시민사회는 이 법 제정으로 조지아가 그간 추진해온 유럽연합(EU) 가입이 무산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EU는 1차 표결 직후 성명을 내고 “이 법은 EU의 핵심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이 법안이 최종 통과되면 조지아가 EU로 가는 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외국 대리인법 입법을 둘러싼 갈등은 지난해에도 있었다. ‘조지아의 꿈’은 지난해 3월 시민들의 거센 반대 시위에 입법을 철회했지만, 지난 3일 ‘10월 총선 전 입법을 마무리하겠다’며 재추진을 공식화해 갈등이 재점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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