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高 막아라’ 일본정부 총력전

2003.10.01 18:41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는 엔고를 저지하기 위해 일본정부가 사활을 걸고 나섰다.

달러당 110엔대를 위협했던 지난달 30일에는 도쿄 외환시장은 물론 유럽·미국시장까지 개입하면서 엔을 내다 팔았다. 모처럼 기지개를 켜고 있는 일본 경제의 악재를 차단하겠다는 움직임지만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연일 급등하는 엔가치=지난해 달러당 120~130엔을 오갔던 엔화는 올들어 꾸준히 가치가 올라가면서 1일 현재 111엔대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20일 ‘유연한 외환정책 도입’을 촉구한 서방선진7개국(G7) 재무장관 회의 이후 엔화 가치는 급등했다. G7회의전 달러당 115엔대였던 엔화는 30일 도쿄시장에서 한때 110.40엔까지 급등, 2000년 12월 이후 2년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달러 하락 용인 움직임에 일본 경제의 회복 가능성을 내다본 투자자들이 엔화를 매입한 데 따른 것이다.

수출 주도형 대형 제조업체들은 엔화가 급등하면서 아우성을 치고 있다.

환율을 115~125엔으로 맞추고 계획을 잡았던 업계 입장에서는 110엔대는 부담스럽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경계 강화하는 정부=일본의 경제지표는 요즘 파란 색 일색이다. 일본은행이 1일 발표한 기업단기관측조사에 따르면 업황지수(DI)는 2년9개월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실업률도 전달보다 0.2%포인트 낮은 5.1%로 나왔다. 주가도 최근 5개월동안 40%나 올랐다. 기업들의 설비투자나 소비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엔고는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게 일본 정부의 판단이다. 최악의 경우 엔화강세-수출감소-기업실적 악화-주가하락-금융권 부실을 부채질하는 악순환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때문에 엔고 저지에 필사적인 모습이다. 재무성 통계에 따르면 엔고 저지를 위해 9월 한달(8월28일~9월26일)만 4조4천5백억엔, 연초부터는 무려 13조4천8백억엔을 쏟아부었다. 월간, 연간으로 모두 역대 최대 규모다. 다니가키 사다카쓰(谷垣禎一) 재무상은 “외환 움직임이 경제 펀더멘털을 반영하지 못하면 적절한 조치를 강구한다는 기본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말해 개입을 계속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개입 효과가 지속될지는 의문이다.

도쿄미쓰비시은행 수석분석가인 후카야 고시(深谷幸司)는 “현재의 엔고는 일본 경제에 대한 기대감, 투기적 성향, G7 회의 결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며 “일본 정부가 정한 방어선 110엔도 조만간 무너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도쿄/박용채특파원 p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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