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를 모르는 고이즈미, 공부 더 해라”

2005.06.01 10:46

얼마전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신사 참배와 관련해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憎罪不憎人)는 공자의 말을 인용한 것에 대해 중국의 인민일보가 “단편적으로 인용한 것으로 공자을 왜곡한 것”이라고 통박했다.

“죄를 모르는 고이즈미, 공부 더 해라”

31일자 인민일보는 논설에서 고이즈미가 인용한 부분은 학자들이 ‘위서’논란을 제기해 온 책임을 강조하며 “논어의 일부를 인용하려면 공자의 말이라고 인증된 부분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이즈미가 인용한 ‘죄는 미워하되…’는 공자의 9대손인 공부(孔駙)가 편찬했다는 공총자(孔叢子)에서 유래한 것이며 공자의 직접 표현은 아닌 것이라는 게 정설이다.

나아가 문제의 ‘죄는 미워하되…’부분의 다음에는 ‘죄를 범한 인간을 살릴려고 하되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벌하라’고 이어지는 점을 역설했다. 또한 앞뒤 문맥으로 볼 때 ‘죄를 미워하되…’의 부분은 ‘경미한 죄는 용서하며 노인과 약자는 벌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야스쿠니신사에 합사된 A급 전범이 범한 죄는 경미한 죄일까. 그들은 약자였을까”라고 반문하며 “고이즈미의 발언은 (공자가 말한 한 구절을) 단편적으로 꺼내, 맘대로 해석을 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논설은 마지막으로 아사히신문이 사설에서 논어의 ‘잘못을 저지르고도 고치지 않는 것이야말로 잘못’(不而不改 是謂過矣)이라는 ‘논어’ 중 ‘위령공(衛靈公)’편에 나오는 공자의 유명한 어록을 인용하며 고이즈미를 비난한 데 대해 “이들은 공자의 명언을 정확히 사용하고 있다”면서 “고이즈미는 좀더 공부해야 되지 않을까”라고 비꼬았다.

아사히신문은 앞서 18일 ‘공자가 탄식하지 않을까’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고이즈미가 인용한 부분은) 피해자가 가해자를 용서할 때 사용하는 말”이라며 “사려가 너무 부족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A급 전범은 일본의 침략전쟁 등에 책임을 져야 할 인물”이라고 지적한 뒤, 고이즈미가 한국과 중국의 반발을 ‘외국의 부당한 간섭’으로 몰아붙인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이런 식으로는 열매를 거두는 대화가 이뤄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고이즈미는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한 중국의 반발에 대해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 올해에도 참배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1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고이즈미는 아베 신조 자민당 간사장대리와 만난 자리에서 “중국은 국제정세에 따라 일본에 대한 태도를 바꾼다”면서 “그러니 (야스쿠니 문제는)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한국, 중국 등 주변국의 반발은 물론, 자국 내에서도 야스쿠니신사 참배 반대 여론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우이독경식인 고이즈미의 행보는 파행을 자처하고 있는 꼴이다.

〈미디어칸 고영득기자 ydko@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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