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 속 복구 열기… 급조한 간이 목욕탕선 ‘웃음꽃’

2011.03.21 21:57 입력 2011.03.22 00:10 수정

최대 피해 리쿠젠타카타市 임시청사 마련

지원 본격화 주민 생기… 마을복구 회의 열어

대피소 자리 없어 일가족 차에서 생활하기도


<b>천막 목욕탕</b> 한 일본 여성이 21일 후쿠시마현 고리야마시의 임시 목욕탕에서 목욕을 마친 뒤 자위대원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고리야마 | AFP연합뉴스

천막 목욕탕 한 일본 여성이 21일 후쿠시마현 고리야마시의 임시 목욕탕에서 목욕을 마친 뒤 자위대원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고리야마 | AFP연합뉴스

지진과 쓰나미로 시가지가 처참하게 파괴된 이와테현 리쿠젠타카타시의 대피소가 설치된 요네자키초등학교에 지난 20일 오랜만에 웃음꽃이 피었다. 피해복구에 나선 자위대가 피난민을 위해 학교 운동장에 가로 4m·세로 3m 크기의 간이목욕탕을 설치해준 것이다. 열흘가량 제대로 씻지 못한 피난주민들에게는 최고의 선물이 됐다.

“최고다” “살 거 같다”는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이날 하루에만 190명이 잠시나마 피로와 상심을 씻어냈다. 주민 간노 하라오(61)는 “오늘은 푹 잘 수 있을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날 다카다초의 초등학교 급식센터 옆에 임시청사도 마련됐다. 지진과 쓰나미로 휩쓸려간 시청사를 대신해 매장허가증 및 사망확인서 발급 등 대민업무를 시작했다. 직원 296명 중 80명이 아직 행방불명이지만, 정부와 현청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점차 행정서비스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도바 후토시 시장(46)은 “직원과 서비스의 폭을 점차 늘려 재건체제를 조속히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B>우리집은 어디쯤…</B> 폐허가 된 일본 미야기현 나토리에서 주민들이 버스를 타고 피해지역을 둘러보고 있다. 나토리(미야기현) | AP연합뉴스

우리집은 어디쯤… 폐허가 된 일본 미야기현 나토리에서 주민들이 버스를 타고 피해지역을 둘러보고 있다. 나토리(미야기현) | AP연합뉴스

리쿠젠타카타시는 지난 11일 일본 동북부를 강타한 대지진의 최대 피해지역의 한 곳이다. 전체 8000여가구 가운데 5000여가구가 수몰됐고, 주민 2만3000여명 중 1만7000여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21일 NHK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대지진이 발생한 지 열흘을 넘기면서 도후쿠 지방의 피해지역에서 재건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피해주민들도 지원이 본격화되면서 조금씩 생기를 되찾는 표정이다.

아오모리현 모리오카시의 ‘이와테 양육네트워크’는 지난 17일부터 대피소에서 갓난아이와 함께 생활하는 엄마들을 시내 호텔에 머물도록 하고 있다. 호텔 측의 협조를 얻어 이날 현재 20가족이 거처를 옮겼다. 지진 다음날 이와테현 미야코시 병원에서 딸을 출산한 고바야시 유카(28)도 이곳으로 거처를 옮겼다. 고바야시는 “아이 울음소리 때문에 대피소의 다른 이들을 불편하게 했다”며 “이곳에선 물도 제대로 나오고 밥도 먹을 수 있어 천국 같다”고 말했다.


<B>조상묘 앞에서 합장</B> 쓰나미로 파괴된 일본 미야기현 나토리의 공동묘지에서 한 가족이 조상의 묘 앞에서 합장을 하고 있다.  나토리(미야기현) | 로이터연합뉴스

조상묘 앞에서 합장 쓰나미로 파괴된 일본 미야기현 나토리의 공동묘지에서 한 가족이 조상의 묘 앞에서 합장을 하고 있다. 나토리(미야기현) | 로이터연합뉴스

미야기현에서 가장 피해가 컸던 미나미산리쿠초의 시즈가중학교에서는 266명의 피난민이 13개 교실에서 생활하고 있다. 자위대의 지원으로 밥을 지어먹을 수 있게 되면서 다소 한숨을 돌린 이들은 이날 처음 마을복구를 위한 회의를 갖고 재건 의욕을 다졌다. 센다이의 와카바야시구에서는 도쿄에 있는 시민단체의 지원으로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방이 만들어졌다고 NHK가 이날 보도했다.

하지만 대피소 사정조차 여의치 않은 곳이 적지 않을 정도로 상황은 열악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와테현 오쓰치초의 대피소인 안도중학교 교정에는 30여명이 차에서 피난생활을 하고 있다. 수용인원 120명 크기의 대피소에 400명이 몰려들면서 대피소가 크게 비좁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무라카미 가즈히로(38)는 12일부터 부인과 6살, 2살 난 딸과 함께 열흘째 승합차에서 지내고 있다. 유류 부족으로 시동을 계속 걸어둘 수 없어 밤마다 혹한에 시달린다. 무라카미는 “도저히 견디기 힘들 때만 잠깐씩 시동을 걸고 있지만 기름이 얼마나 갈지 모르겠다”며 한숨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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