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도 조선인 학대는 없었다”…유네스코 재평가 앞두고도 반성없는 일본

2023.09.11 12:48 입력 2023.09.11 14:33 수정

리야드서 25일까지 세계유산위 개최

2년 만에 관련 입장 다시 내놓을 듯

최종 결정문엔 한국 입장 반영 전망

일본 나가사키현 군함도. 경향신문 자료사진

일본 나가사키현 군함도. 경향신문 자료사진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이르면 오는 14일 하시마(군함도) 탄광 등 일본의 메이지 시대 산업혁명유산 운영과 관련된 입장을 2년만에 다시 내놓을 것으로 전해지면서, 군함도에서의 조선인 학대 사실에 대한 일본의 최근 입장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11일 유네스코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지난 10일 개최돼 오는 25일까지 열릴 예정인 제45차 세계유산위 회의에서는 일본이 지난해 12월 제출한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 보존현황보고서를 평가하고 관련 결정문을 채택할 예정이다. 세계유산위는 2021년 7월 군함도 관련 전시 시설 등에서 조선인 강제동원 노동자들에 대한 학대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있음을 지적하며 ‘강력한 유감’을 표하는 결정문을 내놓은 바 있다.

두번째 결정문 채택을 앞두고 일본 정부는 최근 세계유산위 관계자들을 국내로 초청해 그간의 지적 사항을 일부 반영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내용을 전시한 도쿄의 ‘산업유산정보센터’에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취지의 새로운 섹션을 설치했으며, 201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당시 한일 정부 대표의 발언을 볼 수 있는 QR 코드 등도 마련했다는 것이다. 또 군함도 탄광에서 숨진 조선인 사망자 숫자를 기록한 전시물도 있다고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본 정부와 관련 단체들의 최근 행보를 보면 군함도의 역사를 여전히 반성하지 않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산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올초 세계유산위 관계자들이 도쿄를 방문했을 당시 군함도에 살았다는 일본인 주민과의 면담을 주선했는데, 이들은 ‘군함도에서 조선인 등에 대한 학대가 없었다’고 주장하며 유네스코에 ‘공정한 판단’을 요구하는 요청서를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는 이번 세계유산위 회의에서도 조선인에 대한 차별이 없었다는 기존 방침을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군함도 문제를 지적하는 사료들이 과장되거나 왜곡된 것이라는 주장도 여전하다. 산업유산정보센터를 운영하는 ‘산업유산국민회의’ 측은 지난 7월 회의에서 한국이 군함도 역사 교육의 참고 자료로 활용하는 일본 NHK 프로그램 <초록이 없는 섬>(緑なき島)이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해당 영상에 촬영 시기나 장소와 관련된 논란이 있음에도 한국에서 군함도 문제의 실제 증거처럼 활용돼 오해를 퍼뜨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한국인 생존자들도 이미 군함도에서의 가혹한 삶을 증언한 바 있어, 이같은 주장은 사건의 본질을 외면한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군함도 문제에 대한 반성없는 자세에 대해서는 일본 내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일간 겐다이’는 최근 보도에서 “일본 정부는 2020년 도쿄에 산업유산정보센터를 개설했지만, 부정적인 역사에 대한 전시는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한국의 윤석열 정권이 출범했지만 (과거사에 대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 일본 정부의 자세에는 변화가 없다”고 지적했다.

세계유산위의 결정문 초안에는 ‘새로운 증언에 대한 검토 등 추가 연구’, ‘자료 수집·검증’, ‘관련국들과의 대화 지속’ 등을 일본에 요구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종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다. 최종 결정문에는 강제동원 피해국인 한국의 입장도 중요하게 반영될 전망이다. 이번 결과는 논란이 되고 있는 ‘사도 광산’의 세계유산 등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일본에선 윤석열 정부의 대응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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