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마타병’ 간담회서 피해자 발언 끊어버린 日 정부... 후폭풍에 ‘사죄’

2024.05.09 14:11 입력 2024.05.09 15:21 수정

‘미나마타병’ 간담회서 피해자 발언 끊어버린 日 정부... 후폭풍에 ‘사죄’

일본 환경성이 최근 ‘미나마타병’ 피해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발언 시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피해자 발언을 끊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이토 신타로 환경상은 피해자들에게 직접 사죄했으나, 야당에선 기시다 후미오 정권의 ‘듣는 노력’이 부족하다며 질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9일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환경청은 수은 중독으로 발생하는 질병인 미나마타병 확인 68주년을 맞아 지난 1일 구마모토현 미나마타시에서 8개 환자단체와 간담회를 열었다. 앞서 이 지역에선 1956년 질소비료 공장에서 메틸수은을 바다에 무단으로 방류한 뒤, 인근 주민들이 수은 중독에 따른 신체 마비 등을 보여 사회문제가 됐다.

간담회에선 환자단체 관계자들이 환경상에게 자신들이 겪은 고충을 토로하며 향후 필요한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하지만 ‘미나마타병 환자연합’의 마쓰자키 시게미츠 부회장이 발언하는 도중, 환경성 관계자가 발언 시간 3분을 초과했다는 이유로 마이크의 전원을 꺼 논란이 됐다. 당시 마쓰자키 부회장은 자신의 아내가 미나마타병으로 고통스럽게 죽어간 일을 소개하며 가해 기업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었다.

당시 발언 시간을 이유로 제지받은 사례는 마쓰자키 부회장 이외에도 몇 차례 더 있었다. 이에 환자단체들이 반발해 고함을 치며 간담회장에 혼란이 일기도 했다. 이들은 “정부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봉쇄하는 폭거를 저지르고 있다”며 환경상에게 사죄를 요구했다.

이날 사건을 두고는 환경성 안팎에서도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다. 이전에 열린 간담회에서도 발언 시간을 제한하긴 했지만, 실제 이를 적용한 사례는 없었기 때문이다. 중의원 내각위원회는 이 문제를 두고 환경성에 해명을 요구했다. 야당인 입헌민주당에서는 “(이번 사건은) 기시다 후미오 정권이 ‘듣는 힘’이 없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이토 환경상은 사건 일주일 만인 지난 8일 미나마타시를 다시 방문해 피해자들에게 사죄의 뜻을 밝혔다. 그는 고개를 숙이며 간담회 자리를 다시 마련하겠다는 의향을 밝히기도 했다.

이토 환경상은 이날 참의원 환경위원회 회의에서도 환자 단체들과의 간담회를 다시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장관 임기 중에 미나마타병 문제의 최종 해결을 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의에는 “능력의 한계에서 최대한 노력하고 싶다”고 답했다.

미나마타병은 사건이 발생한 지 수십년이 지났으나, 피해자 구제를 둘러싼 소송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다. 일본 정부는 관련 법을 통해 구제 대상자의 범위나 피해 시기 등을 한정했으나, 법원에서는 법이 정한 조건은 부적절하며 피해 범위를 더 넓게 봐야 한다는 판단이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에는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과 관련해 청구권 소멸을 이유로 한 항소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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