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 후세인 “이 재판은 연극”

2004.07.01 22:52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1일 처음으로 이라크 특별재판소에 출두함으로써 그를 단죄하기 위한 역사적인 재판이 전세계의 비상한 관심 속에 시작됐다.

이날 법정에 출두한 후세인 전 대통령은 법정서류에 서명을 거부하고 이번 재판은 ‘연극’이라고 비난했다. 또 쿠웨이트 침공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야말로 ‘범죄자’라고 주장하는 등 미국과 법정에 대한 노골적인 적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후세인 첫 등장=CNN은 후세인이 모처의 장소에서 헬리콥터에 태워져 바그다드 공항 인근 재판 장소에 도착했으며 이후 이라크 경찰 6명에 의해 법정으로 인도됐다고 이날 보도했다. 그의 손에는 수갑이 채워지고 허리에는 체인이 감긴 채, 걸어서 재판정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타리크 아지즈 전 부총리, 알리 하산 알 마지드 전 대통령 고문 등도 후세인과 함께 법정에 모습을 나타냈다.

법정에 들어선 뒤 이라크 경찰 6명이 재판정 문 옆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판사 앞의 의자에 앉았다. 그의 수갑과 체인은 풀어졌다.

판사와 마주보며 신문을 받는 후세인의 인상과 차림은 지난해 12월 미군에게 잡혔을 때 보다 훨씬 정돈되고 안정된 느낌을 주었다. 덮수룩했던 수염은 짧게 정리됐고 머리도 말끔하게 정리됐다.

옷차림은 흰줄 무늬 짙은 회색 양복 속에 흰색 와이셔츠를 받쳐입었고 검은색 구두를 신고 있었다. 미군이 후세인 공개에 상당히 신경썼음을 시사했다.

CNN은 화면에 비친 법정의 후세인은 손에 노란색 메모지를 들고 간간이 기록하며 판사의 질문에 응답했고 자신의 답변시에는 손짓을 동원하며 적극적으로 주장을 폈다. 언뜻언뜻 비친 그의 눈빛도 날카로웠다.

한편 판사의 요청에 따라 후세인을 제외한 이라크인 경찰 등의 모습은 방송화면에서 보이지 않았고 판사도 뒷모습만 비쳤다.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신문판사는 이라크 국기를 포함, 이라크 주권을 상징하는 어떠한 상징물도 법정에 배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후세인 혐의 적극부인=인적사항을 묻는 판사의 질문에 후세인은 쉰 목소리로 “나는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다”라고 말했다.

알 아라비야 방송은 쿠웨이트 침공의 정당성을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후세인은 쿠웨이트인들을 ‘개들’이라고 지칭하면서 이라크 국민을 위해 쿠웨이트를 침공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쿠웨이트는 이라크 영토다. 그것은 침략이 아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재판소 관계자는 전했다. AFP 통신은 후세인이 “이것은 모두 연극이다. 진짜 범죄자는 부시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30분 만에 끝난 이날 인정신문에서 판사는 후세인에 대해 쿠웨이트 침공 등 7개 예비혐의를 낭독했다. 그는 그러나 인정신문이 끝나기 전 제출된 서류, 즉 이번 재판에 대해 숙지하고 있는지, 혐의를 알고 있고 법적권리에 대해 전해 들었는지 여부를 묻는 법정서류에 서명을 거부했다.

AP통신은 후세인에 대한 첫번째 신문은 이라크 저항세력의 공격을 우려해 비밀리에 진행됐으며 극히 일부 언론에만 공개됐다고 전했다. 사담 후세인 변호인단의 일원인 이삼 가자위는 지난 30일 “후세인을 변호하는 사람은 모두 도륙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협박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한편 살렘 찰라비 이라크특별재판소 소장은 구체적인 (후세인) 혐의에 따른 공식기소는 차후에 이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고 AP통신은 올해 안에 공판이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담 후세인 기소혐의 7개항

1)1988년 할라비야 지방 쿠르드족 독가스 학살

2)91년 이라크 시아파 모슬렘 소요 폭력 진압

3)91년 걸프전 이후 시아파 및 쿠르드족 대량 학살

4)80~88년 이란·이라크전

5)90년 쿠웨이트 침공

6)80년대 쿠르드 바르자니 부족 요인 숙청

7)80~99년 시아파 종교 지도자들 살해

〈이상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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