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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코 소음’ 카이로 몸살

2005.06.14 17:42

이슬람의 예배당 모스크에서 무에진(예배당지기)은 하루 다섯번 모스크의 높은 탑인 미나레트에 올라 예배를 권하는 ‘아잔’을 소리 높여 낭송한다. 속세를 벗어난 듯 청아한 그 목소리 울림은 수려하기로 유명하지만, 영국 BBC에 따르면 요즘 사정이 달라졌다.

카이로 시민이자 모슬렘인 무하마드 아마드는 깜깜한 새벽마다 세상을 뒤엎을 듯한 큰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깬다. 집과 불과 두 구역 떨어진 모스크에서 고성능 스피커를 동원해 아잔을 방송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방 수십 곳의 모스크가 서로 경쟁하면서 심각해졌다. 스피커의 볼륨은 앞다투듯 높아졌고, 종전 2분이면 끝나던 아잔의 길이도 최장 45분까지 늘어났다.

참다 못한 아마드는 “아잔은 더이상 평화로운 소리가 아니다. 현재 카이로에서 이로 인한 소음공해는 흡사 전쟁터의 굉음을 방불케 한다”며 정부 관련 부처에 민원을 냈다. 카이로 전역에서 답지하는 민원에 대해 이집트 정부가 손놓고 있던 것은 아니다. 이집트 정부는 지난해 9월 카이로 시내 4,000여 모스크 및 기도회관에서 개별적으로 관장하고 있는 아잔을 중앙화·일원화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여론의 반발은 거셌다. 정부의 진짜 의도가 따로 있다는 음모론이 난무했기 때문이다. 아잔을 먼저 일원화한 뒤 모스크가 통제권에 들어오면 모든 모스크의 금요예배 설교문을 검열·통제하려들 것이라는 우려였다.

정부는 기자회견을 갖고 정책이 단순히 소음공해를 줄이기 위한 실용적 목적에서 나온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여론은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갈등 뒤에는 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모스크를 둘러싼 시각의 차이가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카이로의 세속적인 시민들은 이들 모스크가 폭력·극단적인 이슬람을 설파하는 거점이므로, 정부에 의해 통제돼야 한다고 본다. 반면 또다른 시민들은 강경 이슬람을 거세시키려는 미국의 압력에 굴복한 자국 정부가 국교를 통제하려 드는 것이라는 의혹을 버리지 않고 있다.

아잔이 중앙화될 경우 문화적 다양성을 포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슬람교는 전통적으로 모든 모스크가 각각 무에진을 두고 아잔을 낭송하도록 해왔다. 일률적인 문장의 아잔은 읊는 무에진에 따라 다채로운 음악이 되며 오랜 세월동안 모슬렘의 신앙심을 일깨워왔다.

이집트 정부는 고위 성직자들에게 아잔의 일원화 계획이 이슬람 율법에 어긋나지 않으며, 음모론과도 상관이 없다는 점을 신자들에게 확인시켜 달라며 여론 뒤집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계화 시대 이전의 전통으로 돌아가 오로지 목소리로만 아잔을 낭송하자는 해법을 내놓기도 한다.

카이로에 8년간 거주했다는 독일 여성 마누엘 쿤켈은 “모스크의 스피커가 그리 높이 달려있지 않아 대낮에 길을 가다가도 천둥 같은 소리에 깜짝 놀란다”면서 “선지자 시대의 아름다운 아잔은 스피커를 거치면서 의미가 퇴색하는 것 같다”며 씁쓸해했다.

〈최민영기자 m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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