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둘라, 아프간 결선투표 불참 선언

2009.11.01 18:23 입력 2009.11.02 00:47 수정
임영주기자

“카르자이측, 공정선거 보장 요구 거절”… 선관위 “예정대로 실시”

아프가니스탄 대통령 후보인 압둘라 압둘라 전 외무장관(사진)이 오는 7일 실시될 예정인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아프간 정국이 다시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압둘라는 1일 카불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정한 선거를 치르기 위해 내가 제시했던 요구사항들이 거절당했다”며 “정부와 선거관리위원회의 부패와 무능에 항의하는 의미로 결선투표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AP·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지난 8월 대선에서 현 대통령인 하미드 카르자이가 승리했으나 유엔이 지원하는 선거감독기구인 선거민원위원회 조사에서 그가 얻은 표의 3분의 1이 부정표로 밝혀지면서 결선투표가 치러지게 됐다.

앞서 압둘라는 선거 시스템의 변화없이는 결선투표에서도 1차 투표와 같은 부정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선거관리위원장과 선거운동에 개입한 의혹이 있는 내무·교육·부족 담당 장관의 해임, 카르자이 지지자들이 가짜 표를 넣도록 만들어진 유령 투표소 철수 등을 요구했다.

압둘라 측은 지난달 30일을 기한으로 카르자이 측과 협상을 벌였으나, 카르자이 측이 이러한 사항을 요구할 권한이 압둘라에게는 없다고 거부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그러나 압둘라가 결선투표 불참 선언을 한 실질적인 이유는 카르자이를 이길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1차 투표에서 압둘라의 득표율은 30.59%였던 반면 카르자이는 전체 득표의 3분의 1이 부정표로 무효처리되고도 49.69%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결선투표 패배 시 자신의 정치적 입지가 축소되고 대정부 협상력이 떨어질 가능성까지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압둘라가 결선투표 불참을 무기로 카르자이와 본격적인 권력분점 협상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가 “나라를 더욱 혼돈으로 몰고 갈 시위가 일어나서는 안 된다. 나의 지지자들은 결선투표 참여 여부를 결정할 권리가 있다”며 지지자들에게 투표 거부를 요구하지 않은 것도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압둘라의 사퇴로 혼자 남게 된 카르자이를 놓고 결선투표가 치러질지에 대해 엇갈린 분석이 나오기도 했으나 독립선거관리위원회는 예정대로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우드 알리 나자피 선관위원장은 “후보 철회 시한이 이미 지났기 때문에 위원회는 결선투표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이날 AFP에 말했다.

아프간 헌법이나 선거법에는 후보자 한 명이 사퇴한 결선투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 언급한 내용이 없다.

아프간과 서구 관계자들은 다른 법적 대안이 없는 한 선거위원회나 대법원이 카르자이의 당선을 선언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dpa통신은 전했다.

6명으로 구성된 선거위원회 최고회의는 2일 모여 앞으로의 절차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그러나 여전히 남아있는 부정투표 논란과 1차 투표보다 더욱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는 투표율에 따른 카르자이 정권의 합법성 훼손으로 인해 정국 불안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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