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바브웨 무가베 경쟁자 “대선 무효” 선언

2013.08.01 22:27 입력 2013.08.01 23:01 수정

창기라이 총리 “투표인 명부 조작 등 선거부정”

지난달 31일 치러진 짐바브웨 대선의 개표가 시작되면서 정국에 긴장이 감돌고 있다. 33년째 집권 중인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89) 측이 압승을 주장했고 경쟁자인 모건 창기라이 총리(61)는 대선 무효를 선언했다고 1일 AFP통신이 보도했다.

‘민주변화운동’을 이끄는 창기라이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의지를 반영하지 않은 수치스러운 선거”라며 “우리가 보기에 이 선거는 무효”라고 밝혔다. 그는 “(무가베 측이) 조잡한 방식으로 부정을 저질러 나라를 위기에 빠뜨렸다”며 “이번 선거는 거대한 희극”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집권여당인 ‘짐바브웨 아프리카민족연맹 애국전선’의 고위 인사는 “우리가 민주변화운동을 압도적으로 이겼다”고 말했다.

무가베 대통령(왼쪽)·창기라이 총리

무가베 대통령(왼쪽)·창기라이 총리

창기라이가 선거 효력을 부인한 것은 정부·여당이 부정선거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비정부기구인 짐바브웨 선거지원네트워크의 솔로몬 즈와나 위원장은 “최대 100만여명의 유권자가 투표인 명부에서 사라졌다”며 “이번 선거는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특히 무가베 지지율이 낮은 도시지역에서 투표인 명부에 문제가 발생한 점을 수상하게 여기고 있다. 33년째 대통령을 지내고 있는 무가베는 이번 대선에서 7번째 임기에 도전했다.

선거의 공정성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지면서 2008년 대선 뒤의 유혈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이날 창기라이의 기자회견 뒤 민주변화운동 사무실 주변에 폭동 진압 경찰이 배치됐다. 2008년 대선 당시 창기라이는 1차투표에서 무가베를 이겼으나 정부·여당이 동원한 것으로 추정되는 민병대원들에게 피습됐다. 민병대원들의 공격으로 창기라이 지지자 200여명이 숨졌다. 결국 창기라이는 결선투표에 나오지 않았고, 무가베는 승리를 선언하고 재집권했다. 이후 국제사회가 중재에 나서 2009년 창기라이가 총리를 맡는 거국정부가 출범했다. 창기라이가 대선에서 무가베와 맞붙은 것은 올해가 세 번째다.

경찰은 공식 개표 결과가 나오기 전에 득표 수치를 발표하는 자는 체포하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공식 개표 결과는 늦어도 5일 안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1차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오는 9월11일 결선투표가 실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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