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에버기븐호 수에즈 '길막' 원인은 운전 미숙…8번 비틀대다 좌초"

2021.05.31 14:25 입력 2021.05.31 14:43 수정

지난 3월 이집트 수에즈 운하에서 좌초돼 통행대란을 일으킨 에버기븐호.  에버기븐호는 대만계 선사인 ‘에버그린’이 일본계 소유주인 ‘쇼에이 기센’으로부터 빌려서 운용했다. 수에즈|AP연합뉴스

지난 3월 이집트 수에즈 운하에서 좌초돼 통행대란을 일으킨 에버기븐호. 에버기븐호는 대만계 선사인 ‘에버그린’이 일본계 소유주인 ‘쇼에이 기센’으로부터 빌려서 운용했다. 수에즈|AP연합뉴스

이집트 당국이 지난 3월 수에즈 운하를 가로막아 전 세계 물류 공급망을 마비시킨 ‘에버기븐’(Ever Given)호가 선장의 운전 미숙 때문에 좌초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수에즈운하관리청(SCA)은 30일(현지시간) “선장이 12분 동안 항로를 바로잡기 위해 8차례에 걸쳐 지시를 내린 끝에 에버기븐호는 비틀대다가 좌초됐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SCA는 사고 당시 에버기븐호가 수에즈 운하로 들어오면서 오른쪽으로 갑자기 방향을 틀었고, 선장이 중심을 잡기 위해 후진하려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선박의 대응이 너무 느리자 선장이 속도를 올렸고, 배는 다시 왼쪽으로 치우쳐졌다. 이 과정을 반복하다가 선박이 운하 바닥에 좌초했다.

SCA는 이번 조사 결과를 국제해사기구에 보냈지만, 이집트 관리들은 에버기븐호의 소유주인 일본 ‘쇼에이 기센’과 손해배상 협상하는 동안 전체 보고서를 대중에게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앞서 지난 3월 23일 길이 400m에 달하는 초대형 컨테이너선인 에버기븐호가 네덜란드 로테르담으로 가기 위해 수에즈 운하를 지나다가 좌초됐다.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핵심 통로인 수에즈 운하가 가로막히자 선박 수백 척의 발이 묶였다. 일부 선박은 손실을 감수하고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가는 우회로를 택했다. 에버기븐호는 일주일 만에 인양되면서 수에즈운하도 운행을 재개했다.

그러나 이집트 정부는 이번 사고로 하루 1400만달러(158억원)씩 손해를 봤다면서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12일엔 에버기븐호를 압류하고 좌초 원인도 자체 조사했다. 쇼에이 기센 측에는 초반에는 손해배상금 9억1600만달러(1조260억원)을 청구했다가 5억5000만달러(6112억원)으로 감액했다.

반면 쇼에이 기센은 사고 당시 날씨가 좋지 않았는데도 선박 진입을 허용한 이집트 당국의 잘못도 있다고 맞섰다. 또 사고 당시 선박 진입 여부를 두고 SCA의 수로 안내인과 통제센터 사이에 의견이 달랐다고 주장했다. 쇼에이 기센 측은 이집트 당국에 손배액으로 1억5000만달러(1667억원)만 내겠다고 제시했다.

양국은 손배 청구액 규모를 두고 추가 협상에 들어갔다. 이집트 법원은 이날로 예정된 이집트 당국과 쇼에이 기센 측의 재판을 오는 20일로 미뤘다. 공판은 양측이 추가 협상을 한 후에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관련기사]수에즈 운하 다시 열렸지만…에버기븐호 사고 책임 공방 가열되나

[관련기사]“에버기븐호 사태는 예견됐다”…더 크고 무거워진 화물선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