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직도 백신이 절실하다"…접종 더딘 아프리카

2021.06.22 17:41 입력 2021.06.27 20:25 수정

각국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을 나타낸 지도. 백신 접종률이 높을수록 진한 색을 띤다. 아워월드인데이터 홈페이지 캡쳐

각국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을 나타낸 지도. 백신 접종률이 높을수록 진한 색을 띤다. 아워월드인데이터 홈페이지 캡쳐

“코로나19 백신 비축량을 줄여주세요.”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고소득국가에 간절히 요청했다. 현재 남아공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치솟고 있지만, 백신 접종 속도가 더디다. 백신 부족은 남아공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달 들어 수차례 아프리카 나라들이 백신 접종 중단 위기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지난 10일 아프리카 54개국의 백신 접종률은 약 2%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옥스퍼드대학의 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가 밝힌 지난 10일까지의 세계 평균 백신 접종률인 20.3%에 한참 못 미치는 숫자다.

백신을 개별적으로 계약할 수 있는 경제력이 부족한 아프리카 국가들은 글로벌 백신 공유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와 중국 등의 기부로 4900만회분이 넘는 백신을 전달 받았다. 하지만 이는 13억 인구에게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다. WHO에 따르면 보츠와나, 코트디부아르, 스와질랜드, 리비아, 레소토, 모로코, 나미비아, 르완다, 토고, 튀니지 등 10개국은 이미 코백스를 통해 받은 백신을 모두 사용해버렸다.

‘지구의 백신 공장’ 인도가 국내 확진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지난 3월 백신 수출을 중단한 것도 아프리카 백신 공급에 큰 타격을 입혔다. 인도 세룸인스티튜트(SII)는 코백스가 아프리카에 전달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대량 생산하고 있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미국과 유럽이 기부하겠다고 약속한 백신 물량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주요 7개국(G7)은 지난 10일 정상회의가 끝나고 내년까지 백신 10억회분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긴급한 상황에서 약속한 공급 기한이 너무 뒤늦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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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이 있어도 접종을 못하는 나라들도 있다. 내전이 진행 중인 에티오피아, 말리, 콩고민주공화국 등에서는 백신 접종 기반 시설이 파괴됐다. 이들 국가는 백신을 주사할 의료진도 부족하며, 시민들에게 백신 접종을 홍보할 여력도 안 되는 상황이다. 결국 콩고민주는 지난 4월 유효기간이 임박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30만회분을 코백스에 반납했다. 말라위도 지난 4월 유효기간을 넘긴 약 2만회분 백신을 폐기해야 했다.

정부 지도자들의 백신 불신으로 접종 시작조차 못한 나라들도 있다. 존 마구풀리 전 탄자니아 대통령은 “탄자니아가 백신 실험 대상이 돼선 안 된다”며 코백스의 백신 제공 제안을 거부했다. 마구풀리 전 대통령이 별세한 뒤 들어선 새 정부가 가까스로 백신을 들여오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임기를 마친 피에르 은쿠룬지자 전 부룬디 대통령도 백신을 기부받는 것을 거절했고, 부룬디에서는 아직까지도 백신 접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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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이 부족한 상황에서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코로나19가 무서운 속도로 퍼지고 있다. WHO는 6월 둘째주 아프리카 54개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한주 만에 20% 이상 급증했다고 밝혔다. 같은 주 콩고민주, 나미비아, 우간다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시작된 이후 가장 많은 확진자 수가 보고됐다고 WHO는 밝혔다. 우간다, 남아공 등은 지난주 봉쇄 단계를 강화했다.

백신 접종에 비상이 걸리자 WHO는 21일 남아공에 코로나19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의 이전 거점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남아공 제약사 바이오백이 개발을, 아프리젠 생명공학이 제조사 역할을 하고, 대학교 연구진들이 과학적 노하우를 제공할 계획이다. WHO는 코로나19 백신을 이미 개발한 제약사 화이자와 모더나의 참여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백신이 생산 단계까지 가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며, 전문 인력과 재료 부족 문제에 부딪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캐나다 웨스턴대학교에 재직 중인 클라우스 마이어 경영학 교수는 호주 매체 ‘더컨버세이션’ 기고문에 “백신 생산을 위해 필요한 시간, 지식, 자본 등의 제약을 이겨내기 위해선 광범위한 파트너들의 협력이 필요하다”며 “각국의 백신 특허, 수출금지 조항 등으로 재료를 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이어 교수는 공장 운영을 위한 엔지니어들이 현지에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백신 제조 공장을 짓고, 품질 관리 과정을 정하는 데 시간이 걸려 올해 안에 백신 공장이 가동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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