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통수 친 탈레반 “아프간 여성 혼자 차 못 탄다”

2021.12.27 21:29 입력 2021.12.27 21:33 수정

서방 “원조 재개” 며칠 만에

‘남성 친척과 동반’ 새 지침

<b>“태워주세요”</b>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26일 눈만 내놓고 전신을 가린 니캅 복장의 아프간 여성이 아이와 함께 차를 태워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카불 | AFP연합뉴스

“태워주세요”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26일 눈만 내놓고 전신을 가린 니캅 복장의 아프간 여성이 아이와 함께 차를 태워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카불 | AFP연합뉴스

미국과 유엔 등 국제사회가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원조를 재개하겠다고 밝힌 지 며칠 만에 탈레반이 여성 인권을 탄압하는 새 지침을 내놓았다.

AFP통신은 26일(현지시간) 탈레반 치하에서 도덕 규범을 결정하는 미덕증진·악행방지부(악행방지부)가 여성의 차량 탑승과 관련한 새로운 규칙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규칙에 따르면 차량 운전자와 소유주는 남성 친척을 동반하지 않은 여성이 72㎞ 이상 이동하려 하는 경우 이들의 탑승을 거부해야 한다. 또 머리카락을 가리는 이슬람 전통 복장인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여성도 차량에 태워선 안 된다.

인권단체들은 탈레반의 이번 지침 발표에 비난을 쏟아냈다. 헤더 바 휴먼라이츠워치 여성인권 부국장은 “이 규칙은 여성을 죄수로 만드는 것과 다름없다”며 “자유로운 이동권을 제한할 뿐 아니라 가정폭력을 당하는 여성이 도망갈 기회도 빼앗는 것”이라고 AFP통신에 말했다.

탈레반의 새 여성인권 지침은 불과 3주 전의 약속을 어긴 것이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지난 3일 “여성은 재산이 아니라 고귀하고 자유로운 인간”이라며 ‘여성의 권리에 대한 특별 포고령’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여성 본인의 동의가 없는 결혼이 금지됐고, 남편이 숨진 경우 아내가 재산을 상속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미국 재무부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아프간 원조 재개 확정 이후 분위기는 반전됐다. 아프간 시민들은 국제사회의 자금동결조치 이후 심각한 경제 붕괴와 식량 부족 등에 시달리고 있다. 셰르 모하마드 압바스 스타넥자이 외교부 정무차관은 26일 “아프간은 독립 국가이고 미국이 내정간섭해선 안 된다”며 “여성은 일하고 교육받을 권리가 있지만 아프간 문화는 서구 문화와 다르다”고 말했다.

아프간 여성들은 탈레반의 인권 탄압 정책이 앞으로 속속이 발표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앞서 탈레반은 여성 배우의 드라마 출연 금지, 미디어·은행 등 일부 직종에서 여성 근무 금지 등의 규칙을 발표했다. 지난 8월 탈레반 점령 이후 여학생들의 중등학교 교육은 멈춘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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